5.장흥 방촌
500년 역사의 장흥위씨 집성촌 …실학자 존재 위백규 선생의 고향
6개의 국가 및 지방문화재 보유… 전국 유일의 마을유물관도
| 2015. 10.12(월) 21: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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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기는 옥호요 푸르기는 쪽빛 같아라
속세의 일 듣지 않으려 하노니
혹 나를 더럽힐까봐 맑은 기운 취하네
山間有水自成潭 淸似玉壺碧似藍
莫使是非流入耳 若將雀我取澹澹
세이담(洗耳潭)
달빛어린 차디 찬 못 가을 분위기 더하는데
티 없이 맑은 게 물과 함께 흘러간다
주인장 불러다 그 이치 살피니
속기 없는 담박함 그 가운데 있더구만.
寒潭月色倍生秋 寶鑑無塵水共流
喚得主翁觀物理 淡然氣像此中留
추원담(秋月潭)
장흥의 진산(鎭山)이 해발 723m의 천관산(天冠山)이다. 80개의 봉우리가 면류관처럼 도열해 신비감을 자아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비경이 일품이다.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변산 등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名山)으로 꼽힌다. 옛 이름은 천풍산(天風山)·지제산(支提山) 우두산으로 되어 있다.
고려시대 때 천관사·옥룡사·보현사 등 89개의 암자가 있었을 정도로 불교와 관련이 깊다. 장천재의 깊은 계곡과 치솟은 산정 일대의 봉우리는 정말 아름답다. 가을단풍과 억새, 겨울 동백은 천관산의 백미다.
장천재는 계곡을 따라 청풍담, 백설뢰, 도화량, 세이담, 명붕대, 추월담, 청령뢰, 와룡홍 등 소위 장천 8경이 숨어 있는데 조선후기의 문인 지부(知府) 민치준(閔致駿)는 8경을 구수하게 읊어냈다.
방촌유물전시관 갖춘 역사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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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관산 동쪽자락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마을이 방촌(傍村)이다. 장흥군청에서 23번 국도를 따라 20㎞쯤 가면 관산읍 소재지가 나온다. 관산에서 올라오는 고갯마루에 방촌유물전시관이 있다. 방촌마을은 1500년대 후반부터 장흥위씨(長興魏氏) 일가들이 당동 등지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오면서 형성되었다. 현재도 장흥위씨 1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집성촌으로 장흥의 대표적인 향반마을이다.
호남실학의 대가인 존재 위백규 선생 등 많은 학자를 배출했으며 존재고택을 포함 6채의 고택이 국가 및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돼 건축사적으로도 주목받는다. 또한 200년 이상 된 마을 자치조직과 별신제, 산신제 등 공동제의가 전승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마을의 유물과 유품을 모아 마을의 유물전시관(방촌 유물전시관)을 세웠다. 국비와 지방비를 들여 지난 2005년 개관했다.
지상 2층의 이 유물관은 4개의 전시실이 있다. 1전시실은 생활문화, 2전시실은 세시풍속, 3전시실은 각종 교지와 서첩, 4전시실은 존재 위백규선생 유물과 그 시대 때의 유물, 그리고 장흥위씨 문중에서 간행된 문집들이 전시돼 있다.
유물관에는 석지 채용신(1870~1948)이 그린 오헌 위계룡(1850~1941)의 영정(120 63㎝)을 비롯해서 고려때의 원감국사에서부터 33분의 문집과 위백규가 1665년 한글주석을 달아 장천재에서 간행한 천자문 목판 16장, 세계적 지리지인 환영지와 환영지 목판 49장(50장 가운데 1장 분실) 향약회소행례홀기가 있다.
또 선조들이 사용했던 생활용품인 향로, 향합, 갓, 갓집, 토시, 가래침을 뱉을 때 쓰던 ‘타구’ 효패, 문방구, 축음기 등 귀한 자료들이 있다. 방한모인 남바우, 시집가는 신부에게 잡귀를 타지 않도록 가마 지붕을 덮었던 호피담요도 남아 있다.
서책도 매우 귀한 것이 많다. 장흥위씨 족보를 비롯하여 안항공 위덕후의 유서, 반계 위정명 유서와 행장, 최익현선생의 간찰, 위씨 충의록과 교지, 교첩이 있다. 안항공 유서는 1605년 7월 안항공(1540~1613)이 자식들에게 경계한 유서로 1755년 위백규가 엮어 만든 절첩이다. 최익현 간찰은 1898년 면암 최익현이 위관식에게 쓴 간찰로 면암선생 문집 8권에 실려 있다.
1631년 병조참판 위정철이 의주-심양-후금을 다녀온 일기형식의 심양왕환일기, 죽은 이를 슬퍼하여 비단이나 종이에 깃발처럼 만들어 새긴 상여글 만장, 조객록 등 웬만한 지역 향토박물관에서도 만날 수 없는 귀한 자료들이 남아 있다.
국내에서는 그 유례를 찾기 힘든 12대 혈손으로 이어지는 문집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오헌고택에서 이곳으로 옮겨온 이 문집은 반계 위정명~동현~세호~명득~백양~도순~영우~하조~관식~계룡~질량~일환 등으로 이어진다. 선조들의 글 가운데 7언절구, 5언절구 한 수씩 골라 호곡공 일환의 큰아들 성탁(전 화순중교장)이 12폭 서예병풍으로 남겨 전시하고 있다.
안항공유서에 존재가 계자서를 첨부하였고 이 유서는 농사, 제사, 집안의 화목 등 6가지를 후손에 당부한 것으로 방촌마을 위씨 문중의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명필로 알려진 위정훈이 쓴 난정첩이 있다는 기록은 있으나 전해지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치소 곁에 있던 마을이라고 해서 곁마실로 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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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촌(傍村)이란 이름은 치소곁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곁마실이라고 부른데서 유래한다. 방촌마을 터는 고려 때 정안현의 치소이다. 인종 비 공예태후 임씨의 탄생지라고 하여 장흥부로 승격되었다. 이후 서남해의 중심고을로 성장해 회주목으로 승격되었다가 다시 장흥부로 강등되었다. 위씨들은 고려말 왜구가 침입하자 내륙 깊숙이 피난을 갔다가 수복되는 과정에서 수령현(장흥읍)에 치소가 들어서자 방촌으로 들어왔다.
1985년 간행된 향토문화유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동기시대부터 토착집단이 살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선사유적으로 성조동 고인돌 380여 기가 남아 있고 성조동 고인돌에 성혈과 암각화가 새겨져 있다. 또 기원전 5,000~35,000년전 사이에 기우제를 지낸 것으로 보이는 쇠꼬쟁이가 발견되었고 다산(多産)을 기원하는 제의식의 흔적도 남아 있다. 관산읍에서 대덕으로 가는 고갯마루 초입에 석장승이 있다. 길 동쪽에는 여장군, 길 서쪽에는 남장군이 서 있는데 여장군에는 명문이 없고 남장승에는 진서대장군이란 명문이 새겨져 있다.
방촌은 대덕으로 가는 길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나눠져 있다. 왼쪽이 내동(內洞) 계춘동, 신기마을이고 천관산 자락 장천재 아래에 있는 마을이 호동, 탑동, 호산, 산저마을이다. 호동마을은 천관산의 정기를 머금은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내동은 천관산에 비친 햇살이 빛을 반사해 또 다른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국가 및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고택들은 담장을 낮춰 천관산을 눈 아래 두고 본다. 특이하게도 정자를 집안으로 끌어들여 정자에서 학문을 논하고 시를 읊었다.
한편, 지금의 관산은 조선시대 장흥부 직할 16방의 하나로 고읍방이었으며 조선후기 고하면에 속하였다가 고상면과 합하여 관산면이 되었다.
차로 세금을 내고 차 울력을 했던 차의 마을
방촌에 터를 잡은 것은 안항공 위덕후(魏德厚, 1556~1605)다. 당동(효자송 마을) 출신인 위덕후가 1578년 옛 회주목 터인 안항(顔巷, 내동)마을로 분가한 것이 처음이다. 위덕후는 경학에 전념하여 성균관 진사시에 합격했으나 벼슬에 나가지 않고 후진양성에 주력했다. 이 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죽헌고택에서 발견된 돈차다. 1925년 도자연구가 나까오 만조우가 발견하여 1933년 ‘조선 돈차의 고찰’이란 논문을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청태전(靑苔錢)으로 불리는 돈차는 삼국시대부터 근세까지 장흥 남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만들었던 발효차다. 동전모양이어서 전(錢)자를 썼고 동전꾸러미 같이 꿰어 매달아 두었는데 푸른 이끼가 낀 것처럼 보여 그렇게 불렀다. 고려시대 때는 록태전이란 것이 문헌에 나온다. 오늘날 보성이 다향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보성 회천은 옛날 장흥군 관내여서 장흥차로 불릴 수 있으며 이 같은 증거가 지난 바로 이 마을에서 발견된 것이다.
또 다산초당하면 다산 정약용을 떠올리는데 사실은 이보다 훨씬 먼저 방촌에 다산초당이 있었다. 1767년 존재 위백규의 조부 삼족당 세보가 별세하자 부친 영이재 문덕이 초옥을 지어 시묘살이를 했고 이듬해 영이재가 세상을 뜨자 이곳에서 다시 시묘살이를 하고 석류장이라고 불렀다. 이후 존재 위백규가 여름공부를 하면서 다산초당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정약용은 1801년 강진으로 유배와 9년 뒤엔 1810년 지금의 초당으로 이거했으니 다산초당의 역사로 보면 33년이나 앞이다. 존재 위백규의 위패가 있는 다산사는 바로 다산초당 자리에 지어진 것이며 이곳에 차밭이 있었고 차로 세금을 낸 것이다. (1947년 장흥읍지 정묘지)
방촌유물전시관 위성(魏聖) 관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차로 세금을 냈다는 것은 이 장흥에서 얼마나 많은 차가 생산된 것인가를 증명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의 차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 뒤로는 나지막한 차밭이 있는 산이 둘러싸여 있고 들판 건너 천관산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눈 아래 펼쳐진다. 위 옷 벗어 걸어두고 대청마루에서 누워 있노라면 한여름도 금새 지나가는 별천지다. 옛 선비들은 이곳에 앉아 천관산을 바라보면 시를 짓고 후손들에게 학문을 가르쳤을 것이다.
취재팀은 내동의 신와고택을 거쳐 판서공파종택~죽헌고택~ 존재고택~ 오헌고택을 차례로 둘러봤다. 마치 조선시대 양반가를 돌다보니 잠시나마 우리가 조선시대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을 했을 정도다. 후손들이 선조의 얼을 잘 가꾸고 지킨 것도 고마운데 이를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내주었고 누구라도 들어 하룻밤 묵어가기를 원하며 집을 내어주는 넉넉함도 있다. 존재고택과 신와고택은 민박이 가능하다.
실학자 존재 위백규, 오헌 위계룡 선생 등 많은 인물 배출
방촌에서는 많은 인물을 배출했지만 대표적인 사람이 실학자 위백규 선생과 오헌 위계룡 선생이다.
위백규(1727~1798)는 신경준, 황윤석과 함께 호남 3대 실학자다. 영이재 위문덕의 아들로 9세 때 천관산에 올라 ‘영천관산유(鷺天冠山遊)’라는 시를 써 주위를 놀라게 했다. 문사(文辭)만 하는 학문은 쓸모가 없고 천문 지리 율역 복서(卜筮) 병도(兵韜) 산수로부터 백공기예까지 모두 익혔다. 25세 때 족조(族祖) 간암 위세옥의 죽마고우인 병계 윤봉구 선생 문하에 들어 공부했다. 생원복시에 합격했으나 벼슬에 나가지 않고 향촌에 다산정사를 세우고 후진양성에 전념하는 한편 환영지, 고금서, 정현신보, 사성록, 자회가, 농가 등 93책을 저술하였다. 68세 때 호남에 큰 태풍이 불어 서영보의 천거로 옥과현감으로 부임하여 선정을 폈다. 존재(存齋)라는 호는 병계 윤봉구 선생이 지어주었다. 방어사공 정철은 병조참판에 제수되어 의주에서 후금(청나라 전신) 수도 심양을 다녀온 뒤 일기형식으로 심양왕환일기를 남겼다.
오헌 위계룡(梧軒 魏啓龍)은 면암 최익현, 연재 송병선, 송사 기우만, 일신 정의림 문하에서 공부하였으며 면암이 의병을 일으키자 참여했다. 후에 항일에 앞장섰으며 학문에 열중하여 10권을 남겼다. 이후 손자 일환이 10책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2권의 책을 간행하였고 증손자 성탁이 누락된 부분을 보완하여 5권으로 재간행하였다.
해남 윤씨 종부들이 난리가 날 때마다 먼저 공재 윤두서, 고산 윤선도 선생이 유품을 챙겨 대밭에 숨겨 지켰기에 국보240호 ‘자화상’과 고산의 ‘오우가’친필을 만날 수 있지 않은가.
서구문화가 범람하면서 조상들이 쓰던 귀중한 문화유산들을 헌신짝 버리듯 버리고 살아온 가문에게는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새삼 장흥위씨들의 혜안에 머리가 숙여진다. 착잡함과 고마움 마음을 함께하며 문화재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는 고택을 둘러보니 일순 외갓집을 찾아온 것 같은 넉넉함과 편안함으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 신와고택
장흥위씨 훈도공파 지장손 집으로 중요민속문화재 269호다. 안채, 사랑채, 행랑채, 사당, 헛간채 문간채로 구성되어 있으며 안채는 좌측과 정면에 퇴를 둔 6칸 집으로 1825년에 새로 지었다. 남도의 전통양반가옥으로 건축적 가치가 있으며 의계, 신앙, 주거생활의 특징을 보여준다.
영형(榮馨, 1808-1855)이 터를 닦았으며 사랑채 정면 3칸은 1891년 순조(舜祚, 1841-1906)가 건축하였다. 사랑채는 신와 준식(新窩 準植)이, 안채는 다은 계훈(茶隱 啓勛, 1890-1972)이 재건축했다.
이 집에서는 대대로 정월 초사흘이나 초이렛날 나이가 제일 많은 여자가 목욕재계하고 물동이에 물을 길러 마당 가운데 놓고 4번 절을 올려 용왕신에게 축원하고 물동이는 뒤 굴뚝 옆에 버렸다. 큰바가지에 쌀을 담고 그 위에 놋접시를 놓고 동백기름을 부어 창호지로 심지를 말아 불을 피워 샘물에 올려놓는다. 다음날 아침 다른 사람이 일어나기 전에 이 쌀을 가져다가 밥을 지어 풍년과 무사를 기원하였다. 정월대보름 아침에는 대청에 성주상을 차려 상밑에 무 조각과 청주를 올린 뒤 무조각을 식구대로 나눠먹고 ‘무사태평’이라고 외쳤다. 현재 소유주는 재경(44)이다.
▲ 판서공파종택(長興魏氏判書公派 宗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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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촌 내동마을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사당, 안채, 사랑채, 행랑채, 헛간채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특히 사당 3칸이 담장으로 둘러져 있어 높은 지위가 짐작이 간다. 사당은 380여년이 된 건축물을 개축하였으며 방촌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여겨진다.
병조참판공(兵曹參判公) 정철(廷喆)이 부친의 묘소를 정하기 위해 천관산에 오르면서 풍수로부터 판서공파 종택자리(장흥부 회주목 관아터)와 존재고택 자리가 좋은 곳이란 말을 듣게 된다. 존재고택 자리는 사촌형 정열(웅천공파 파조)에게 주고 회주아기 자리에 집을 지어 당동(관산읍 옥당)에서 옮겨왔다. 판서공과 방어사공은 여러 고을의 군수를 역임했으며 교지와 교첩등은 고스란히 유물관에 보관중이다. 특히 이 판서공파종택은 덕화 이후 14대 행복(幸復)까지 양자 없이 혈손으로 이어온 명당이다. 지정당시 위성렬 가옥이었으나 장흥위씨판서공파 종택으로 개칭했다 이 사당에는 현재 길이 3m, 높이 65㎝의 장례 때 쓰는 가마형태의 여영(靈與)라는 목조물이 있다.
▲ 죽헌고택(竹軒古宅)
청계공파 지장손의 집으로 마을 중심부에 있다. 민속문화재 6호 지정당시 장흥위성룡가옥(長興魏聖龍家屋)으로 불렀으나 죽헌고택으로 개칭하였다. 사당, 안채, 사랑채, 화장실, 곳간채 문간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랑채는 1919년 죽헌 계창(竹軒 啓昌, 1861~1943)이 건축하였고 나머지 건물은 그 후에 지어졌다.
솟을 대문이 서향을 향하고 있으며 대문 좌측에 사랑채가 있다. 안채로 들어가는 길에 계단이 있으며 안마당 북쪽으로 광채가 세로로 배치되어 있다. 사랑채 뒷면과 앞마당 사이에 낮은 담이 있고 사랑채 북쪽에 누마루를 설치하여 천관산을 조망하도록 하였다. 사랑채 북쪽에 작은 연못이 있으며 연못 가운데 섬에는 소나무가 심어져 있다. 안채는 ‘-자형’ 툇집으로 부엌, 큰방, 대청 2칸, 작은방으로 구성돼 있다.
▲ 존재고택(存齋古宅)
장흥위씨 웅천공파 종택으로 중요민속문화재 제161호다. 대문이 문간채 가운데 있고 대문을 들어서면 5칸 겹집의 안채가 2층 기단 위에 세워져 있다. 안채 남쪽에 있는 서재는 1700년대 지어진 정자형태의 건물이다. 전체 3칸에서 한 칸은 방을 들였고 툇마루가 남쪽 끝까지 어어져 있다. 마루에는 존재의 스승인 병계 윤봉구 선생이 쓴 영이재(詠而齋, 존재의 부친 문덕의 호)와 존재(存齋)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뒤쪽에는 사당이 있는데 서재 서쪽으로 천관산을 차경(借景)하여 시원스럽다. 이곳에서 천관산을 바라보면서 농가월령가를 지었다고 한다.
안채 동편에 사당이 있고 입구에는 개구리의 전설이 서린 연못이 있다. 존재선생이 어느 날 책을 읽고 있는데 개구리 소리가 하도 요란하여 하인을 시켜 부적을 그려 던졌더니 개구리가 울지 못했다는 것. 신비롭게도 지금도 이곳에는 지금도 개구리가 살지 않는다고 전한다. 문화재 지정당시는 '장흥 위계환 가옥'이었으나 존재고택으로 개칭했다. 현재는 웅천공 정렬의 12대 종손인 재현(62.전 그린화재 이사)씨 소유다.
▲ 오헌고택(梧軒古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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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매 강남 땅 몇 단정 지나왔던가 / 높고 험한 천관산이 푸른 바다 베고 있네.여섯밤의 봄꿈은 취한 듯이 아스라하니 / 필마 타고 어느 해에 반갑게 다시 만날까”
추강은 천관산의 아름다움을 ‘여섯 밤을 황홀한 봄꿈’으로 표현했는데 필자는 천관산의 아름다움보다 조상들이 유훈을 오래오래 지키며 살아가고 위씨들의 저력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한편, 장흥위씨 가운데서는 장천문중이 가장 크다. 위성락 주 러시아대사(현), 위성복 조흥은행장, 위성룡 세계은행 감사, 언론인 위민환, 위 증, 고영재 등이 이 마을출신이다. 골프선수 미셀위의 할아버지로 유명한 항공학박사 1호 위상규 박사도 이곳 방촌에서 부산면 기동리로 갈려나간 지파이다. 기동리 출신으로 교수만 28명이나 되었는데 방촌까지 합하면 40여명에 이른다.
◇ 주변 가볼만한 곳
첫째는 천관산인데 산정상까기 힘들면 장천재는 꼭 둘러볼 일이다. 또한 효자송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반송과 드라마 모래시계의 명PD 고(故)김종학이 만들었던 ‘신의’의 세트장이 마을 곁에 있다.
마을 안길에서 신와고택으로 가는 길에 700년 된 느티나무 노거수가 있으며 그 옆에 매우 큰 돌로 조성한 지석묘 군이 있다. 이 돌에 연재 송병선(늘사늑약 때 분을 참지 못하고 자결)이 여기정을 삼괴정이라고 명명하고 지석묘에 새겨놓았다. 고개 아래 동남쪽으로 삼산간척지와 바다가 펼쳐지고 바다너머로 정남진 전망대가 보인다.
▲ 정남진 전망대 = 정남진은 대한민국 정남쪽에 있는 나루터라는 뜻으로 안양면과 용산면, 관산읍, 회진면 일대의 바닷가를 지칭한 것이다. 정남진의 기점은 장흥군 관산읍 삼신리(우산도)에 위치하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10층, 높이 45.9m로 이곳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면 답답한 마음이 금새 툭 트인다. 바로 곁에 상징조형물 ‘율여(律呂-어울림의 시작)’가 세워져 있다.
관람시간은 하절기 3~9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8시까지, 동절기(10월~2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입장료는 어른 2,000원, 단체 1,500원이며 단체는 어른 1,500원, 군인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 어린이는 개인 1,000원, 단체 500원 등이다. 장흥군민은 어른 1천원, 단체 800원, 어린이 500원이다.
▲ 천관산 장천재(長川齋) = 천관산 입구에 있는 장천재는 장흥위씨 방촌계파의 사묘재실(祠廟齋室)이다. 지금의 자리에 영은암이 있었고 승려로 하여금 묘를 보살피도록 하다가 효종 10년에 불사(佛舍)를 철거하고 재실을 건립했다. 현재의 건물은 존재 위백규 선생의 문집을 간행한 다암 영복(1832~1884)이 주도하여 지은 건물로 전형적인 공(工)자 형태다.
장천재는 동백숲과 소나무, 대나무 숲으로 덮여있으며 아치형 도화교(桃花橋)라는 다리가 있다. 장천재는 청뢰문(聽雷門)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데 비가 온 뒤의 물소리가 마치 뇌성을 치는 듯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한다. 도화교와 청뇌문 사이 계곡에는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아름다운 태고송(太古松, 천연기념물 356호)이 있었으나 몇 년 전의 볼라벤 태풍으로 고사하고 말았다. 그러나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받침대를 받쳐두었다.
옛날부터 시인묵객들이 이곳을 찾아 청아한 시문을 남겼으며 재실에는 여러 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부계당은 글공부하는 곳을 뜻하며 장흥 위씨 사람들이 학문을 하는 장소로, 존재 위백규 선생의 강학소를 이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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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관문학관·이청준 생가 = 연면적 2,168.87㎡의 지상2층 건물로 1층에는 전시실과 사무실, 2층에는 강당, 문예연구실, 세미나실, 게스트룸 등을 갖추고 있다. 이용료는 문예연구실과 게스트룸, 회의실, 기획전시실 등 모두 1일 2만원이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문의 : 061-860-0457
▲ 회진 노력항 = 장흥군 회진면에 위치한 항구다. 우리나라 육지에서 제주도로 가는 시간이 가장 빠른 카페리 선박인 오렌지호를 운항하고 있다. 항구는 1,400평의 면적에 차량 100대와 더불어 버스 30대를 수용할 수 있는 크기다. 항구에는 노력항시외버스정류장이 설치되어 육지에서 배로 환승하기 편리하다.
광주에서는 광주역-신세계백화점-장흥읍-노력항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운행 중이다. 문의: 1544-8884
◇ 장흥의 맛집
장흥의 별미로는 키조개와 표고버섯, 생고기, 장흥삼합이라는 것이 있다. 장흥 한우 생고기에 된장을 풀어 ‘생고기 물회’라는 것도 유명하다. 그래서 장흥은 계절별로 별미가 따로 있다. 겨울에는 낙지, 봄에는 갑오징어와 서대회, 여름에는 하모, 가을에는 전어, 강성돔 등을 식재료로 하여 요리가 인기다. 낙지는 전국 생산량의 60%가 장흥에서 잡힌 것이다. 또 회진 앞바다를 중심으로 강성돔과 하모, 갑오징어, 키조개, 굴 매생이 등이 많이 잡히기 때문에 싱싱한 별미를 즐길 수 있다.
▲ 병영식당횟집 = 장흥군 관산읍 옥당리 450-1
(061-867-2276)
이 집이 자랑하는 최고의 별미는 조개맑은탕. 특별한 육수에 바지락과 키조개 살(관자)을 넣어 끓이는데 먹어본 사람마다 ‘시원하다’를 연발한다. 겨울철에는 여기에 굴을 넣기도 한다. 4인분 한냄비에 4만원이다.
그 다음으로 유명한 것이 하모요리. 샤브샤브, 회는 다른 식당과 비슷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먹어보기 힘든 음식이 하모물회다. 싱싱한 하모를 잘게 썰어 얼음과 식초를 넣고 여기에 된장을 풀어내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회는 계절별로 가격이 다르고 나머지는 대부분 한 접시, 한 냄비에 4만원 안팎이다. 하모회는 한 접시에 4만원, 물회 6만원, 샤브샤브는 7만원이다.
세 번째는 갑오징어 요리다. 이른 봄철에 된장소스나 초장소스에 묻혀 먹는데 쫄깃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단골이 많다. 한 가지 팁은 수컷보다 암컷이 맛있는데 구별하는 방법은 수컷은 등뼈 쪽에 줄무늬가 있다는 것.
▲ 송죽원 = 장흥군 관산읍 옥당리 천관산길 107번지 (061-867-0723)
닭과 오리요리 전문집이다. 광주에서 20여년, 천관산자락에서 12년째 식당을 해온 베테랑이 만드는 요리다. 메뉴는 촌닭백숙과 오리백숙, 약오리, 오리주물럭 옷닭, 옷오리 등인데 시골마을에서 기르는 가축들을 직접 사다가 요리하기 때문에 맛이 다르다.
주인이 가장 자랑하는 요리는 약오리다. 구지뽕 엄나무 헛개나무 등 여러 가지 산약초를 넣어 1시간이상 끓이는데 국물이 진하고 약초의 맛이 스며 향이 좋다. 옷닭이나 옷오리를 요리하는데 들어가는 옷나무도 아랫마을에서 직접 사다가 1년 이상 말려 사용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옷이 타지 않는다. 촌닭백숙이나 오리백숙은 45,000원, 옷닭이나 옷오리, 약오리는 5만원인데 네 사람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양도 많다. 천관산 장천재 올라가는 길목 주차장에 있어 찾기 쉽다.
▲ 수산시장 회센타 = 전남 장흥군 관산읍 옥당리
(061- 867-8203)
5일장인 관산장 안에 있다. 관산은 장흥읍에서 자울재를 넘어 회진으로 가다가 오른쪽을 빠지는데 자울재란 이름은 재가 너무 길어서 ‘자울자울’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장흥읍장 다음으로 큰 장으로 겨울이면 해태(김)시장이 형성되어 주로 해조류가 유명하다.
2010년 장옥을 돔형으로 개축해 주변에 시장을 배치하고 돔형 속에서는 자가생산한 물건들을 판다. 바로 곁에 수산물센터를 건립해 그 안에서 싱싱한 회와 한우생고기를 즐길 수 있다. 횟집 2곳, 한우식육식당 1곳이 운영되고 있다. 일반 식당에 비해서 20~30%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 민 박
민박이 가능한 곳은 존재고택과 신와고택이다. 이들 2곳 모두 하룻밤에 10만원 정도인데 일가족이 시간을 내어 문화재에서 하룻밤을 자는 특별한 추억이 될 수 있다. 음식은 제공되지 않으며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존재고택 = 010-3747-5764(위재현)
▲신와고택 =010-3634-2674(위기환)
글 지형원 (발행인)
사진 김오서 (시인, 사진작가)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