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보성 득량 강골마을
중요민속자료 명품고택의 廣州李氏 집성촌
흙돌담과 탱자나무 생울타리로 둘러쳐진‘외갓집’
| 2015. 01.22(목) 15: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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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높은 양반들이나 선비들이 살았을 그 집에서 동네친구들과 하룻밤 함께 묵으며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밤을 지새워도 좋을 그런 집 말이다. 혹시 그날 그 마을에 제사라도 있는 날이면 ‘단자’ 바구니에 이바지를 받아와 목을 축인다면 더욱…. 21세기 용어로 ‘완전 힐링’이 될 것이다.
바로 그런 동네가 보성군 득량면 강골마을이다. 국도 2호선을 타고 보성에서 벌교쪽으로 가다가 군두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득량면소재지를 막 지나면 오봉리 강골마을이다. 지금이야 넓은 간척지가 생겼지만 득량만을 막기 전에는 득량천 강물이 마을 앞까지 넘실거려 강동(江洞)이란 이름도 갖고 있다.
강골마을은 11세기 중엽 양천 허씨가 처음 터를 잡았고 원주 이씨를 거쳐 16세기 말에 광주(廣州) 이씨의 집성촌이 되었다. 지금도 조선후기에 지어진 전통가옥을 중심으로 30여 호가 농사를 짓고 사는 마을이다. 흙돌담과 대나무 생울타리, 탱자나무 울타리가 걸쳐 있고 집안에는 유자나무 몇 그루 씩 심어놓았다.
눈앞에 넓은 득량만과 예당평야, 그리고 갖가지 전설을 간직한 오봉산 자락이 마을을 포근히 감싸고돌아 명당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실제로 이금재 고택 대문 안벽에는 마을의 등고선이 그려져 있는데 영락없는 좌청룡, 우백호의 형국이다. 이 마을에서는 현대 들어 이중재의원과 그 아들 이종구 의원, 그리고 이용훈 대법원장 등 유명인사들이 태어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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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한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3채의 고택과 1개의 정자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전통마을이다. 조선 헌종 11년(1845) 이제(怡齊) 이진만(李鎭晩)이 후진양성을 위해 건립했다는 ‘열화정(悅話亭)’과 1800년대 조선한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용욱 가옥(제159호), 이금재 가옥(제157호), 이식래 가옥(제160호) 등이 마을의 품격을 그대로 말해준다. 여기에 1900년대부터 마을 주민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원암공유묵’과 ‘소작증’, ‘소작대장’ 등 민간기록도 간직하고 있어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다. 이 유물들은 국가기록원이 전라도에서는 처음으로 가치를 인정해준 국가기록물들이다.
11월 어느 날 취재진이 찾았던 강골마을은 가을 햇살이 고택의 툇마루에 걸쳐 있고 ‘하루’라고 불리는 골든리트리버가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막 일어난 참이었다. 목포에서 살다가 종택(宗宅)으로 들어와 살고 있다는 둘째며느리 서미라씨(56)가 메주를 쑤어 매달려다가 손님을 맞았다.
광주이씨(廣州李氏) 21세손이 집을 지키고 있는 이 고택은 민속자료 제 159호 이용욱가옥이다. 대문에는 이용옥과 종손 이인재, 그리고 종손 이종보 이름이 붙어있고 왼편에 지금 살고 있는 둘째 아들 이의재 명패가 붙어 있다. 이 고택은 열화정을 건립한 이제(怡齊) 이진만(李鎭晩)이 1835년에 지었다고 하며 행랑채, 사랑채, 안채, 사당의 구조를 모두 갖춘 전라도 양반가옥이다. 본래 안채와 사당은 이엉을 얹은 초가였는데, 이진만의 손자 이방회 대(代)에 기와집으로 개축하였으며, 솟을대문 역시 3칸에서 5칸으로 이 때 증축되었다 한다.
솟을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좌우 측에 행랑채가 있고 마당을 지나 중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른쪽에 사랑채가, 왼쪽에는 곳간채가 있다. 그리고 높지막하게 자리한 안채 오른편에 사당이 있다.
안채 상량문에 「光武六年 壬寅正月 二十九日…」이라고 적혀 있는데 건립연대가 아니라 중수한 해라고 알려준다. 안채는 5간(間) 전후좌우퇴집이다. 동쪽에 부엌과 큰방이 있고 중앙은 2간(間) 대청, 맨 끝이 작은방이다. 사랑채는 4간전후퇴집으로 대청을 끝에 배치하였다. 선조의 제사를 모시는 사당채에는 ‘연암’이란 편액이 걸려 있는데 현재는 민박을 할 수 있도록 내부를 깔끔히 단장해놓았다. 음악을 전공했다는 안주인이 연주하는 첼로도 놓여있고 감실에는 다기(茶器)를 잘 닦아 올려놓았다.
이 집보다 먼저 지었다고 알려진 고택이 이금재 가옥이다. 보성군에서는 최초로 지어진 기와집으로 보성읍 외동의 이용우 가옥과 형태가 똑같다. 앞쪽은 일자형이고 뒤쪽이 ‘ㄷ’자 형태를 띤 독특한 구조다. 외동마을의 이용우 가옥과 이범재 가옥도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돼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
민속자료 제157호인 이금래 가옥은 안채에서 맞은편 광채 지붕너머로 오봉산의 자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지어졌다. 부엌 뒷간에는 뒷방을, 작은방 뒷간에는 작은 웃방을 배치했다. 광채는 5간일자형집인데 나지막하게 지어서 안채에서의 좋은 전망을 방해하지 않도록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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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욱 가옥과 이금재 가옥 사이에는‘소리샘’으로 부르는 우물이 하나 있다. 원래 이 우물은 이용구 소유였는데 마을 식수가 귀해 공동우물로 개방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용욱 가옥의 사랑마당 쪽으로 우물 담장에 구멍이 뚫려 있다. 그 연유는 우물가에 모여든 아낙들의 얘기를 통해 동네 사람의 소식을 듣기 위해서였다고 전한다. 동네사람들의 소리를 듣기 위한 ‘소리샘’이었던 것이다.
이식래가옥( 민속자료 제160호)은 5간 초가지붕집이다. 대나무숲 가운데 사랑채가 있고 서쪽에는 행랑채가 동향으로 배치되었다. 집 주위는 대나무숲이 우거져 있어서 그윽한 느낌을 준다. 문간채 상량문 「수정 紀元後 五周甲 新卯月 新卯時 竪柱上梁」이란 기록으로 보아 1891년에 건축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열화정(민속자료 제162호)은 19세기 중엽인 조선 헌종 11년(1845년) 이제(怡齊) 이진만(李鎭晩)이 후진양성을 위해 건립하였다고 한다. 실개천이 흐르는 마을 뒤 고즈넉한 숲속에 위치한 데다 정자의 형태가 이색적이다. 정자의 중앙 2간을 구들을 놓아 방으로 사용하고 세로 2간은 누마루가 되는데 앞과 양측변에는 쪽마루를 내밀어서 계자난간을 시설했다. 마당 앞에는 아담한 일각대문, 연못, 정원에 심어진 벚, 목련, 석류, 대나무등이 주변의 숲과 어울려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하며 별다른 정원시설은 꾸미지 않았으나 전통적 한국 조경의 수법을 잘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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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하는 집
▲ 이용욱 가옥 = 광주이씨 21세손 이의재 부부가 거처하며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준다. 고택을 고급스럽게 갖춰놓고 크기나 시설에 따라 10만원, 15만원, 20만원을 받고 있으며 아침식사(1만원) 도 가능하다. 예약문의: 010-7239-0326
▲ 이정민 가옥-= 이정민 가옥이라기보다는 오랫동안 강골마을을 지키고 가꿔온 이정민 전 전남도의원이 비어 있는 집을 잘 다듬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사용료도 4만원 , 5만원으로 저렴하고 식사도 식구들과 같이 먹는데 6천원만 받는다. 이는 그가 돈을 벌기 위해 민박을 자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 한옥의 정신을 공유하고자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금전적인 것을 따지지 않는다. 예약문의: 010-6211-5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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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근 가볼만한 곳
▲ 해평석장승(문화재자료 제55호) = 조선시대의 화강암 석장승으로 해평이 조양마을입구에 나란히 서 있다. 윗마을은 정자골, 아랫마을이 벅싯골이며, 옛날에는 해창(海倉)이 있었다.
우측 높은 곳의 돌담사이로 서 있는 것이 여상(女像)인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이고, 길 건너 낮은 쪽 상석 위에 낮게 선 것이 남상(男像)인 「하원주장군(下元周將軍)」이다. 주장군과 당장군은 주나라 장군, 당나라장군을 가리키는 것으로 우리의 장군보다 무섭고 힘이 센 사람을 배치하였다고 한다.
이 장승은 해창(海倉)과 조세수송이 무사하고 바다에서의 안전, 마을의 액막이를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원래는 ‘절골’의 개흥사(開興寺) 입구에 있던 것을 옮겨 왔다고 전한다. 한편, 해창마을은 예전에는 매년 음력 정월 보름날 ‘국사당제’를 지냈다고 한다.
▲ 모의최대성장군충절사 = 득량면 삼정리 삼거리에 있는 임란당시의 훈련원장 최대성장군 유적지다. 보성 겸백면 출신의 최대성은 임란이 일어나자 이충무공의 막하로 들어가 큰공을 세웠고 정유재란때는 향병 수천을 모집 광양, 순천, 고흥 등 곳곳에서 20여 차례의 접전을 벌여 승첩으로 이끌었는데 득량면 송곡리에서 왜적의 비탄에 맞아 45세로 두눈을 부릅뜬 채 전사하였다. 삼정리 삼거리를 지금도 군두라고 부른다.
▲ 당산 안규홍의병대장승첩비 = 안규홍 의사는 보성읍 우산리에서 태어나 부친을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자랐으나 담살이(머슴)를 하면서도 모친을 극진히 봉양했다. 1907년 일심계(一心契)를 조직하여 70여명의 의병을 모집하고 의병대장으로 추대되었다. 안극에게서 무기와 자금을 제공받아 일본군에 대한 기습작전을 수립하고, 1908년 2월 보성 파청(巴靑)에 복병을 매복하여 일본군 최강의 부대에 대승을 거두었다. 안규홍 의병장은 보성, 여수, 곡성, 구례 등지에서 맹활약 하다 토벌대가 대병력을 이끌고 포위망을 압축해 오자 의병을 해산시키고 고향으로 돌아오다 보성군 봉덕면(현 문덕면) 법화촌에서 일경에게 체포되어 대구감옥으로 이감되었고 1911년 5월 5일 교수형으로 처형되어 한을 남기고 순국하였다. 정부에서는 고인의 공훈을 기리어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의병대장으로 혁혁한 공을 세우며 일생을 바친 안규홍 의병대장을 기리고 후세의 귀감으로 삼기위해 보성향교 주관으로 이 비를 1947년 건립하였다.
▲세계 최대 공룡알화석지 = 보성군 득량면 비봉리 해안 3㎞ 구간에 걸쳐 있는 세계적 규모 공룡알 화석 및 집단산란지다. 공룡알은 해안일원 5개층에 넓게 분포되어 있으며 대부분 알둥지를 형성하고 있다. 하나의 둥지에는 최소 6개에서 30여개의 공룡알을 함유하고 있으며 보존상태가 거의 완벽하다. 10여개의 공룡알 둥지와 100여개의 공룡알이 발견되었으며 수백개의 알 파편이 산재되어 있다. 공룡은 중생대 후기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세계적으로 드문 초식공룡 집단산란지로서 학술자료 가치로 평가된다.
▲선소 = 1592년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무기와 군량을 모으고 병선을 만든 곳이며 병졸들이 주둔하여 훈련하였다고 하여 선소라고 부른다. 해안가 바닷가 경사가 급해 조선명종 때 관방(병방의 방비)을 만들었는데 현재 마을 중앙의 동산에 표적이 세워져 있다. 당시에는 군량을 비축하고 무기창고와 회의실 등이 있었으나 일본군이 침략하여 파손해 현재는 집터와 주춧돌만 남아 있다.
동쪽으로는 청암마을, 남서쪽으로는 회천면 객산마을과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앞으로는 득량만이 펼쳐져 있다. 남쪽 바다 건너편에는 고흥반도가 가로놓여 있으며 풍양면 마을과 도덕면 용동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인근식당가 = 보성 득량에는 예당평야에서 나는 양질(良質)의 쌀과 보리, 맛과 영양이 풍부한 감자, 오이, 쪽파, 토마토, 딸기, 느타리버섯, 고추, 옥수수 등의 농산물과 청정해역인 득량만에서 나오는 전어, 꼬막과 바지락, 새조개, 키조개, 낙지, 전어 등 풍부한 해산물이 산재해 계절 따라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강골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맛집은 득량면 소재지의 서울식당 (061-853-7773) 예당리 일품관(061-852-1820) 등이 있다. 30년도 더 된 서울식당은 정육점을 겸한 식당으로 소고기와 돼지고기, 오리고기 등을 취급한다. 소고기 생고기나 구이는 손님이 직접 고기를 구입하면 세팅비를 받고 요리를 해준다. 예당리의 일품관도 같은 형태인데 소고기만 취급하는 것이 다르다.
그러나 보성의 대표적인 음식은 꼬막정식으로 벌교에는 꼬막정식집만 수십 곳이다.
글-지형원 발행인, 사진-이종남 사진작가
지형원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