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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8일(토요일)

서암문화재단설립- 권영열 화천기공 회장

자본금 50억원…전통문화 복합공간 건립 키로
“지역문화 사랑하는 향토기업 돼라”遺志 받들어
2012. 09.24(월) 16:06확대축소
서암문화재단 설립 권영열 화천그룹회장.
많은 사람들이 전통의 소중함을 말한다. 전통은 삶의 뿌리이고 역사라고 얘기 한다. 그러나 그렇게 소중한 전통을 지키고 가꾸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향 광주’는 더욱 그렇다. 세계 3대 비엔날레라고 자랑하는 광주비엔날레도 현대미술의 축제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지정을 위한 발걸음도 ‘미디어아트’로 향하고 있다. ‘예향 광주’라는 말 속에 깃들어 있는 전통예술의 도시라는 이미지는 날로 희미해져 가고 있다. 전통이 고루한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런데 낡고 오래된 것들을 꺼내어 닦는, 그 속에 숨어 있는 고색창연한 빛이나 깊은 맛을 들춰내 오늘에 되살리는 단체가 하나 만들어졌다. 전통문화에 대한 든든한 후원자이자 ‘비빌 언덕’이 되어주겠노라고 다짐하고 나섰다. 재단법인 서암문화재단(瑞巖文化財團. 이사장 권영열 화천그룹 회장)이 바로 전통문화지킴이다. 출범의 첫 소리가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옛것을 익혀 더욱 새롭게 하겠다는 다짐이다. 서암은 화천그룹을 창업한 고 권승관 회장의 호다.
“선친께서 전통문화, 특히 국악과 그림을 좋아하셨습니다. 시간이 나면 그 분들과 만나 좋은 만남을 지속하셨고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기 위해 고심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권영열 회장은 선친으로부터 “향토기업은 고장을 사랑해야 하고, 지역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면서 서암문화재단의 설립은 “전통문화를 사랑하셨던 선친을 기리는 일이자 선친이 저희들에게 맡기신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이사장 자신도 부친을 모시고 살면서 자연스럽게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학창시절 부모님 회갑잔치 같은 것이 열릴 때 자연스레 국악을 접하면서 몸속에 국악의 리듬이 스몄던 것이다. 선대 회장은 직접 북채를 잡고 소리꾼들의 장단을 맞출 줄 알았던 ‘한량 기업인’이었다. 또한 해외출장을 나갈 때는 언제나 이 고장 출신 한국화가들에게 부채를 의뢰해 가지고 나갔으며 회사를 찾는 손님에게도 다른 기념품이 아닌 부채를 선물했다. 지역작가들을 돕기 위한 배려였다. 권회장도 대(代)를 이어 해외 출장길에는 어김없이 부채를 들고 나가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자랑한다.

전국적 권위의 서암문화대상

서암문화재단은 2년 전인 2010년 자본금 50억원으로 설립돼 국내 저명 예술인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이사로 영입,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자본금은 권승관 창업회장의 부인이자 명예회장인 지갑례 여사와 화천기공, 화천기계, 서암기계 등 3사의 출연으로 이뤄졌다.
제 1회 서암문화대상은 평생 가야금은 만들어 온 광주시무형문화재 악기장 이춘봉선생(65)에게 수여했다. 올해는 한국화가로 학포 양팽손의 예술을 조명한 ‘부러진 대나무’, 이응로의 최초 스승이자 민족교육을 실천한 염재 송태회의 삶과 예술을 다룬 ‘세한을 기억하고’를 저술한 박종석씨(54)를 시상했다. 상금도 3천만원으로 문화예술상으로는 전국적으로도 몇 번째 안가는 수준이다.
제 1회 서암문화대상 시상식.

서암문화대상은 권위 있는 예술단체의 추천을 받아 엄격한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심사위원들 대부분은 한국 예술계를 대표하는 권위자들이다. 1회는 황지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2회는 오광수 한국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심사위원장을 맡는 등 심사위원만으로도 상의 권위를 실감할 수 있다.
“선친께서는 늘 한 우물을 깊이 파라고 하셨습니다. 저희가 서암문화대상을 드리는 것도 우리문화라는 깊은 우물을 파오신데 대한 경의의 표현입니다. 또 앞으로 그런 분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담겨 있습니다.”
권회장은 서암문화재단이 앞으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가꾸는데 든든한 언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德人으로 불렸던 따뜻한 기업인

고(故)권승관 회장(1916~2004)은 열일곱 살의 나이에 전주에 있는 주물공장 견습공으로 출발해 현재 광주에 있는 화천기공, 경남 창원의 화천기계, 서암기계 등을 거느린 화천그룹을 일궜고 미국, 유럽, 싱가포르에 현지법인까지 설립한 한국 기계공업의 거목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를 기업인으로서 보다 항상 따스한 이웃집 할아버지, 그리고 베풂과 멋을 알았던 진정한 한량, 무엇보다 주위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자 했던 덕인(德人)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하남공단 5번 도로에 자리하고 있는 화천기공 본사에 들어서면 ‘덕인(德人)’이라는 비명(碑銘)이 새겨진 공덕비가 세워져 있다. 이 비는 지난 1992년 광주지역 상공인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보여주었던 권승관 회장의 덕인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지금의 광주시외버스터미널이 들어서 있는 광천동 일대는 공단이었고 화천기공주식회사가 있었다. 이곳에 버스터미널을 만들기 때문에 버티고 있으면 큰돈을 벌 수도 있었지만 권회장은 크게는 광주발전을 위해, 작게는 부지매각을 원하는 주변의 다른 공장주들을 위해 손해를 각오하고 매각한 것.
“사람들이 좋다면 나는 조금씩 손해를 봐도 괜챦다.”는 게 평소의 신념이었다. 이 비에는 권회장의 고귀한 뜻을 기리는 비문과 63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권승관 회장은 생전(사)임방울국악진흥회의 전신인 광주국악진흥회 창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왼쪽은 임방울국악진흥회로부터 수여받은 순금 공로패.


권회장의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은 일일이 헤아리기 어렵다. 광주국악원을 되찾게 한 일을 시작으로 임방울국악재단의 전신인 광주국악진흥회 설립 주도, 관덕정 활터 조성, 수 억원에 이르는 그림 매입, 회사의 각종 기념식에 국악단을 초청하거나 국악인과 국악예술단을 후원하는 등 평생을 전통예술을 뒷바라지했다.
권승관 회장이 국악과 인연을 맺어준 것은 북이었다. 1947년 어머니의 갑작스런 별세로 공허감에 빠져 있을 때 친구 장태석이 북을 배우자고 했다. 장태석은 권회장의 자서전에도 비중 있게 다뤄진 인물로 배포 큰 건설인이자 사업가였다. 양림동 중추당한약방 사랑채에서 북을 치다가 공대일 선생(최근 타계한 공옥진의 부친)을 찾아가 본격적으로 북을 배웠다. 북소리의 울림은 권회장의 공허로움을 채워주기에 충분했고 가슴을 가라앉혀주었다.
6.25 발발로 잠시 북채를 놓았다가 다시 북채를 잡게 되는데 이 때 만난 국악인이 안채봉(현 광주시 무형문화재) 선생이다. 당시 안채봉은 광주기예조합에서는 알아주는 소리꾼이었고 훗날 권회장의 후원으로 전주 전국국악대회에 나가 금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펴기 시작한다.

권회장은 서동의 광주국악원(원장 최문기)에 나가 국악인들과 교분을 나눴다. 최정숙씨가 자기집 사랑채를 내주어 만들어진 국악원에는 소리꾼인 정광수가 판소리, 성원목(성창순씨 부친)은 춤과 가야금을 가르쳤다. 이곳에서 명창 임방울, 고수 김득수 등 광주의 예술인·지식인과 접촉하며 자연스럽게 우리전통예술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었다.
권회장의 북솜씨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채를 잡지는 않았지만 1957년 9월, 광주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전국물산공진회’가 끝난 뒤 만찬석상에서 국창 임방울 선생으로부터 고수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광주국악원이 문을 닫은 뒤에는 해방 전 광주국악원이 있던 자리로 옮기기 위해 장태석과 비용을 분담하는 등 국악발전에 기여했다.
권승관 회장은 가끔 명창들의 고수(鼓手)를 맡기도 했다.


의재 허백련선생으로부터 서암이란 호 받아

권회장은 안채봉 명창 등 3명을 인솔하여 전주국악원이 주최하는 전국명창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이곳에서 전주국악원장 김희순으로부터 의재 허백련선생 (1891~1977)에 대해 듣게 되었다. 며칠 되지 않아 광주에서 안채봉의 금상 수상을 축하하는 자리가 만들어지는데 이곳에서 말로만 듣던 의재 허백련 선생을 처음 만난다.
이후 마음을 나누는 가까운 사이로 오래도록 교분을 나눴으며 서암(瑞巖)이라는 아호도 의재로부터 받았다. 권회장은 회사일이나 개인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생기면 무등산의 춘설헌으로 찾아가곤 했는데 남종화에 대한 감상법과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나 철학을 배우게 되었다. 의재 선생은 늘 ‘홍익인간’을 강조했고 서암은 ‘홍익인간’을 실천하려 노력했던 기업인이었다.
이러한 국악과의 인연으로 1994년 설립된 광주국악진흥회(임방울국악진흥회 전신)의 초대 이사장을 맡게 된다. 삼면스텐 故 고영두 사장과 각각 5천만원을 희사, 전국국악경연대회를 개최했다. 얼마 후 광산구가 중심이 되어 1999년 설립한 국창 임방울선생기념문화재단과 통합하여 임방울국악진흥회로 개편되는데 임방울국악진흥회는 현재 전국국악경연대회를 통해 수많은 명인명창을 발굴했다. 이 같은 공로로 임방울국악진흥회로부터 감사패와 함께 순금 60돈의 임방울상 트로피를 수여받았다.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1962년 광주에 제대로 된 사정(射停)이 없다는 말을 듣고 광주사직공원 관덕정 사정을 만들어주었다. 또 전남궁도협회 회장을 맡아 전국체전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도록 하는 등 궁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관덕정에는 회원들이 뜻을 모아 세운 공적비가 남아있다.
(좌)관덕정에 세워진 故 권승관 회장 공적비 (우)관덕정 사대(射臺)에서


권영열 회장은 “선친께서는 생전 ‘국악을 몰랐더라면 얼마나 삭막한 인생을 살았을까’라고 말씀하셨다” 면서 화천그룹이 문화가 흐르는 기업, 마음이 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임방울국악진흥회 전신 광주국악진흥회 설립

이 같은 뜻을 이어받은 서암문화재단은 지난 2010년 동편제 판소리보존협회에 5백만원을 기부한 것을 비롯 한국화가를 돕기 위한 부채그림 구입등 생활여건이 어려운 작가에 대한 후원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도 송순섭 명창이 연출과 지도를 맡은 창무극 ‘백범 김구’제작비에 1천만원을 후원했으며 오는 12월에는 전통문화예술을 지키고 있는 장학생을 선발, 8명에게 2천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권영열 회장(좌)와 대담하고 있는 지형원 대표.

서암문화재단은 목표가 확실하다. 전통문화의 계승과 진흥을 위한 학술 및 연구를 통하여 민족문화를 전승, 선양한다는 것이다. 서암문화대상 시상, 공연 및 전시지원, 전통문화인재 양성 및 장학사업, 학술연구 및 자료발간 사업 지원 등이다.
내년까지 재단기금을 55억원으로 증액, 공익사업을 확대하고 국내외 교류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 메세나 협회를 통한 국내기업과의 연계도모, 국제교류를 통한 전통문화의 글로벌화, 전통문화 아카이브 구축 등을 실천할 계획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전통문화예술 복합공간을 만들어 운영하며 수도권과 차별화하여 호남지역의 특유의 전통문화예술의 계승과 발전을 위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한편, 고 권승관 회장은 지갑례 여사와의 사이에 영열(永烈 . 67. 화천그룹회장), 영두(永斗. 63. 화천기공(주)대표이사), 영호(泳豪. 59 . 서암기계(주)대표이사) 등 3남3녀를 두었다. 이들 삼형제는 선친이 자서전을 통해 당부한 화합과 덕을 경영의 모토로 삼아 회사를 건실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지형원 대표>


지형원 대표 mtong@mto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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