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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3일(화요일)

‘낡은 일기장’ 속 사무치는 사부곡

‘우리들은 문득 아버지가 된다’ 출간
2011. 09.13(화) 08:25확대축소
아버지, 과년한 딸이 집에 돌아오지 않을 때 어머니는 섰다가 앉았다가 안절부절하지만 말없이 대문을 열 두번 바라본다는 그 아버지. 그 때는 몰랐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도 아버지를 돌아보는 것이 아들들이다, 비록 그 아버지가 무지렁이 농부였다고 해도 그 속에는 우리들의 가슴을 적실만한 많은 것들이 분명 있다.
신간 '우리들은 문득 아버지가 된다'의 저자 이병동씨도 40대에 접어들어 고향집 벽장에서 30년 넘게 잊고 살았던 아버지의 일기장 속에서 아버지를 만난다. 그리고 사무치는 사부곡(思父曲)을 부른다.< 예담, 280쪽.1만3000원>

저자의 아버지는 '무명인사'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결혼하여 부모를 모시고 5남매 키우고 살았던 평범한 농부다. 최종학력은 '국졸'(초등학교 졸업), 1980년 쉰한 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드라마틱한 삶도 아니다. 그러나 1958년부터 1980년까지 꼼꼼히 적은 일기 속 평범한 삶이 주는 울림이 크다. 가난과 가족부양, 그 가운데 희미한 희망….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행복해하던 그 시절의 모습을 돌아보며 적은 아들의 글에는 애틋함이 가득하다.

◆가난

"절박한 가정 사정으로 대학 진학을 못하게 해서 그도 수긍을 해야만 옳은 일인데 가정 사정은 불고하고 기어이 진학을 고집하여(…)"(1980년 1월) 장남의 대학진학을 만류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찢어진다.
사시사철 야채장사를 하는 어머니가 어느 날 큰 맘 먹고 남편의 속옷부터 온 가족의 옷가지를 사오지만 정작 본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를 본 아버지는 "다음 장날에는 꼭 비교적 나쁘지 않은 쉐-타를 사 입으라고 권했다"(1978년 11월)고 적었다.


◆기쁨

막내인 저자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급회장으로 뽑히자 아버지는 "사실 지금까지 내 마음속으로 '어째서 영특한 머리를 가진 놈이 없는가' 싶어 안타까운 점도 없지 않았지"(1975년 3월 23일)라고 좋아한다. 1977년 1월 결혼기념일을 맞아선 "하지만 그래도 그 당시보다 살림도 많이 늘어나고 크게 걱정 없는 생활이 된지라 이날을 맞은 오늘의 이 심정은 자못 기쁘고 감개가 무량한 일"이라고 적었다.

◆절약 또 절약

저자의 아버지는 자녀들의 학비를 '가계부'로 적었다. '피리 200, 아동의 해 뺏지 100, 수학여행비 3780' 등 그 꼼꼼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학교를 마칠 때마다 개인별로 "복애(장녀) 중학교 졸업했다(…) 이런데 3년간 쓰여진 돈이 128730원이었다"(1974년 1월)고 적었다. 1956년 작성한 '예금(저금)의 원칙'엔 '남는 돈을 저금하려 말고 저금하여 남기도록 하자' '세금과 같이 생각하고 저금하되, 쓸 곳부터 미리 생각지 마라' 등 5가지를 꼽았다.

◆작은 행복

1976년 7월 3일. 이 날은 저자의 집에 '테레비'가 들어온 날이다. 남의 집에서 TV 보다가 괄시당하기도 했던 자녀들을 위해 보리 20포에 해당하는 거금 11만 5300원을 들여 TV를 들여놓은 아버지는 "정말 이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또 한 번 성실히 살림을 꾸리어 남부럽잖게 가질 것은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자전거를 한 대 더 산 후에는 "큰 놈 작은 놈 서로 눈치 보지 않고 한 대씩 타고 가는 일로 작은 놈은 그 밑에 두 동생들 가방까지 함께 싣고 가니 가고 오는 길손이 휴월(수월)케 된 이것이 기쁘다"(1974년 9월)고 썼다.

◆아버지의 꿈

"먼 후일에 가서 언제인가 자식들에게 살림을 맡긴 뒤 옛 이야기를 다시 하면서 '이 할망구야 우리 부부 일생은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지' 하면서 서로가 웃으면서 여생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아끼며 후회와 미련 없는 그것이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1978년 1월 14일) 아버지의 일기는 1980년 1월 21일 "소한(小寒) 절후로 대단히 추웠다"는 구절이 마지막. 그 이틀 후 아버지는 별세했다.


손옥연 기자 mtong@mtong.kr        손옥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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