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파정(碧波亭, 진도)
| 2010. 08.20(금) 10:50 |   |
지금의 진도군 고성면 벽파리에 위치했다. 벽파진은 예전에 진도에서 제주도로 가는 뱃길이었으나 지금은 포구로서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진도의 사람들과 물자는 모두 물살이 상대적으로 약한 이곳을 통해 다녔다. 이러한 사정은 1984년 진도대교가 놓이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그런데 대동여지도에서 이곳을 벽파진이 아니라 벽파정이라 기록한 것으로 보아 이곳에 ‘벽파정’이 있었음을 알수 있다. 지금은 흔적조차 남지 않아 벽파정의 터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신동국여지승람 등 각종 문헌에 따르면 벽파정은 현재 벽파 파출소 뒤쪽에 자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벽파정은 고려 18대 의종(毅宗, 1124~1173) 때로 처음 세워진 것으로 전해져 온다. 벽파진 나루터의 자연풍치와 풍류를 즐기는 주연장으로 사용되었다. 해서 벽파진 주연의 자리에서 정자를 읊은 ‘벽파정’이 오늘까지도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진도에 처음 들어선 조선 전기 문신이요 대문장인 전라도 관찰사 이숙함은 벽파정에서 진도에 대한 첫 소감을 이렇게 썼다.
珍島는 아득히 떨어져 있는 천혜의 요새로다./ 산 높고 물 깊으며/ 기름진 땅에 오곡백과와 황금빛 유자가 주렁주렁 숲을 이루고/ 살찐 말들이 목장을 누비는 곳/ 일찍부터 외부로부터 사신들의 왕래가 끊길 새 없으니/ 이를 일러 어찌 보물의 광이요, 재물의 곳집이라 아니하리/
또한 유배인물들도 유배나루터 벽파정에 올라 자신이 나룻배를 타고 건넌 명량해협 울돌목과 건너편 물을 바라보며 시 한 수 씩 읊었을 걸이다. 그러한 유배시객들도 ‘벽파정’에 올라 깊은 감회를 노래했다.
조선시대 진도유림들은 바로 그러한 벽파정 시인들의 시 ‘벽파정’들을 차례차례 벽파정에 현액으로 새겨 걸었다. 벽파정의 아름다운 시정은 조선팔도 명승을 기록한 ‘동국여지승람’에도 실려 있다.
때문에 한양의 성균관과 조선팔도 선비들에게는 외로운 섬 진도의 외로운 정자 ‘벽파정’이 일약 유명해졌을 뿐만 아니라 조선유림의 정신적 사표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