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노벨문학상에 중국 소설가 모옌

영화 붉은 수수밭 원작자, 중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

2012. 10.12(금) 09:30

모옌

중국의 소설가 모옌(57)이 중국작가서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장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11일 "모옌이 환상적인 리얼리즘과 민간 구전 문학과 역사 그리고 동시대를 융합시킨점"을 선정 이유로 밝혔다.

모옌은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작가다. 본명은 관머우예(管謀業). ‘말이 없다’라는 뜻의 모옌은 1981년 등단하면서 쓰기 시작한 필명이다.
모옌은 1955년 중국 산둥성 시골마을 가오미(高密)현에서 태어났다. 그는 고향의 전설을 바탕으로 중국 민중들이 걸어온 근현대사를 생생하게 꿰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문화대혁명을 겪은 세대이기도 한 모옌이 작가로 등단한 것은 전역한 뒤인 1981년 문학잡지에 단편소설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를 발표하면서다. 모옌은 1986년 발표한 장편 ‘붉은 수수밭: 홍까오량 가족’이 강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1980년대 중국 문학계를 뒤흔들어놓았다. 특히 장이머우 감독(1988)이 이를 영화화하면서 중국을 넘어선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붉은 수수밭'은 1988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고 지금까지 20여개 언어로 번역돼 있다. 모옌은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이탈리아 노니노 문학상,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대상, 홍콩 홍루몽 상 등을 휩쓸어왔다.
모옌의 작품세계는 ‘뿌리찾기 문학’이라 말할 수 있다. 향토색 짙은 소설들로 중국 공산주의 체제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관료주의를 우회적으로 풍자해 왔다. 여기에 환상적 사실주의에 영향을 받은 작품들은 중국 근현대 민중들이 처한 삶의 특수성을 아우르면서도 개별 인물의 삶이 가진 근원적 보편성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0년대 들어서 발표한 ‘풍유비둔: 풍만한 유방, 살찐 엉덩이’는 모옌의 기량이 최고조에 오른 작품으로 꼽힌다.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는 1980년대 중국 개혁을 배경으로 농촌마을과 관료사회의 부패양상을 탁월한 주제의식으로 그려낸 걸작이다. 최근에 발표한 ‘개구리’(2009)는 중국 산아제한 정책에 희생된 산부인과 의사를 주인공으로 다뤄 사회적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내에도 20여권의 모옌 작품이 번역돼 있다. ‘개구리’ ‘홍까오량 가족’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 ‘인생은 고달퍼’ ‘달빛을 베다’ 등이다.

노벨문학상의 시상식은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원지 기자 mtong@mtong.kr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