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함칼럼>‘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2012. 01.07(토) 00:34

아침 신문을 읽다가 말고 마음이 울컥해 눈시울을 적셨다. 답답한 정치 얘기에, 학교 폭력문제까지 불거져 도대체 마음을 둘 수 없는 독자에게 ‘사람들’ 코너의 작은 기사가 감동을 준 것이다.

다름 아닌 오영대 민선 첫 전남도교육감의 부음 기사다. ‘지인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장례절차를 거치지 않고 가족묘원에 안장했다는 것이다. 고인의 뜻도 숭고하지만 유지를 받들어 그대로 실천한 가족들도 참으로 아름답다. 뒤늦게나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가족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고 오영대교육감은 생전 욕심이 많은 분으로 알려져 있다. 일욕심도 많았고 교육장, 교육감을 거쳤으면서도 노년에는 고향에서 교육위원으로 일했을 정도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천했던 교육자였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라는 말을 남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금전적인 문제도 있지만 가족끼리만 장례를 치러야하는 쓸쓸함은 또 어쩔 것인가. 필자는 부의나 축의를 사절한 경우를 몇 번 밖에 경험하지 못했다.

언론인 남봉 김남중 회장이 별세 했을 때 부의금을 사절했고 그 아들 김종태 회장이 장녀를 결혼시키면서 축의금을 받지 않았다. 또 한 번은 대성약국과 대성여자중고등학교를 설립한 고 최기영 이사장의 장례식 때 유족들이 ‘고인의 뜻에 따라 조의만 받겠습니다.’라고 밝히고 조의금을 사절했다. 이는 이웃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인생을 자신 있게 살아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결단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전 교육감이 장례절차도 거치지 않고 쓸쓸하게, 그러나 정말 아름답게 이승을 떠날 무렵 필자의 핸드폰에는 두 차례의 문자 메시지가 들어 왔다. 이미 청첩장을 받았는데 결혼식 피로연을 하니 축하해달라는 내용과 함께 친절하게 버스편과 예식장 전화번호까지 적혀 있었다.

지난해는 모 예술계 인사가 딸을 결혼시키면서 청첩장을 보낸 뒤 확인이라도 하듯 “제 딸이 새 출발하는 자리에 꼭 오셔서 축하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곁들였다. 아무리 바쁜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결혼식 초청장까지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보내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
갑자기 당한 장례식이야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러나 수개월 전부터 계획하고 진행하는 결혼식은 정중하게 청첩장을 보내는 것이 도리이고 가능하면 그 숫자를 줄여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가까이 지내는 어떤 분은 상당한 지위에 있었으면서도 장남을 결혼시키면서 양가에서 100명씩만 초대했다. 모처럼 조용하고 격조 있는 분위기에서 신랑과 신부에게 축하의 말도 해 줄 수 있었던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다. 또한 그분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청첩을 하지 않고 축의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결혼식에 가야하는 부담도 그만큼 줄었다고 얘기했다.

그야말로 마음으로부터의 부조(扶助)가 아니라 갈취(?)수준에 이른 관혼상제는 이제 바꿔가야 할 때가 되었다. 결혼식장에서 정말 오랫만에 친척이나 친구를 만났지만 같이 앉아 얘기를 나눌 수도 없다. 여러 결혼식 손님들을 식당이라는 곳으로 몰아넣다보니 낯모르는 사람과 식사를 해야하는 어색함도 겪어야 한다. 사실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출처조차 알 수 없은 음식들이 제대로 씻어 요리한 것인지도 의문이 간다.

고 오 전교육감 같은 선각자의 생각이 사회지도층부터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왔든지 '지인들에게 폐끼지 마라'는 그 한마디 만으로도 아름다운 마무리다. 다시 한번 깊은 존경을 담아 담아 조의를 표한다.

지형원< 인터넷 신문 문화通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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