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식 : 인물화의 내공

2011. 09.30(금) 11:27

한국 화단에서는 ‘국전파’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통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해방 이전에는 ‘선전’(조선미술전람회 약칭)을 통해 화가로 등단했듯이, 해방 이후에는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 약칭)이 화단으로 진출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 따라서 ‘국전’은 화가지망생들에게는 꿈의 무대였다. 실제로 오늘 날 현역에서 활동하는 중진 및 원로들 대다수는 ‘국전’을 거치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이다. 말하자면 ‘국전’은 화가의 산실이었던 셈이다. ‘국전’은 여러 가지 운영상의 문제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화단의 근간으로 존재해 왔다. 1982년 ‘대한민국미술대전’으로 명칭이 바뀐 이후에는 입상 및 수상자의 숫자가 늘어나다 보니 이전에 비하면 그 존재감이 약화된 감이 없지 않으나, 그래도 그 영향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김춘식은 ‘국전’을 통해 성장해온 작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974년부터 1989년까지 모두 12차례의 입상 경력이 말해 주듯이 그는 진정한 ‘국전파’ 화가라고 할 수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화가로서의 유일한 등용문 역할을 했던 ‘국전’은 아카데믹한 화풍의 작품을 요구했다. 화가로서의 기본적인 역량을 고취시킨다는 엄격한 요구는 심사에 그대로 반영되었던 것이다. 한 독립된 화가로서의 기틀을 마련해 준다는 차원에서 인물묘사를 중점적으로 보는 일정한 심사기준은 일종의 묵계 같은 것이었다. 이처럼 엄격한 공모전의 심사기준에 맞추어 스스로를 단련해온 그의 작가적인 역량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초기 그의 작품은 자연스럽게 ‘국전’을 겨냥한 인물화를 중심으로 하는 사실주의 화풍을 따랐다. 인물화는 화가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데 가장 긴요하다. 동적인 대상인 인물을 정확히 캔버스에 옮기는 데는 비례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사실적인 묘사기술을 익히는 과정에서 비례감각도 함께 터득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확한 비례감각은 인물화뿐만 아니라, 그 어떤 소재 및 대상에 대한 재현 및 재해석에서도 아주 긴요하다.

그는 ‘국전’이 요구하는 사실적인 인물묘사를 통해 화가에게 요구되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일단 십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물화’로 내공을 쌓아온 그로서는 인물화 이외의 소재 및 대상의 표현에서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 어떤 소재든지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자유로운 손의 기술 및 비례감각을 터득함으로써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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