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함칼럼> 이제 그만 뭔가 내놔 보시오

2011. 01.01(토) 17:12

2011년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가 너무 고통스러웠기에 새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더욱이 큰 모양이다. 매화는 추울수록 향기가 짙다고 했던가. 눈 속에서 언 가슴 불을 지피는 매화송이처럼 올해 광주 문화계도 제대로 된 꽃 한송이 피워냈으면 좋겠다.

다행히 지난해 연말 광주비엔날레 제단이 발표한 ‘어번 폴리 프로젝트(Urban Folly Project)’가 그 일을 해낼 것 같다. 이 프로젝트는 옛 광주읍성터 내 10곳과 푸른길 공원 3곳 등 13곳에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건립한다는 것이다. 문화도시로 가는 첫 걸음이 상큼하다. 이 일을 구상한 사람들이나 참여하는 건축가에 대해서도 신뢰가 간다. 그들에게 그만한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광주에서는 비엔날레 창설 당시부터 매회 기념비적 조형물을 한 두 개씩 세우자는 의견이 있었다. 독일의 카셀 역 앞에 ‘하늘을 나는 남자’가 서 있는 것처럼 허울뿐인 ‘예향’에 세계적인 조형물을 세워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귀를 닫고 있었다.

만약 그때 시작했더라면 지금쯤은 곳곳에 자랑할 만한 조형물이 세워져 그 자체만으로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작은 랜드마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번 폴리 프로젝트'는 늦게나마 광주의 자존심을 세워줄 것 같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광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문화관련 사업들이 개미 쳇바퀴 돌 듯 늘 그 모양이 그 모양이었다. 우선 예술의 거리 프로젝트나 대인시장 프로젝트 같은 것이 그렇다. 도무지 창의성을 찾아볼 수도 없다. 서울 등지에서 오래전에 했던 것들을 그대로 옮겨다 때우는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00나무숲’ 같은 것도 서울의 철학카페가 그대로 등장한다.‘아트로드 프로젝트’도 서울 근교에서 이미 시행된 프로젝트 이름이다. 그냥 예술의 거리라고 하면 될 것을 ‘아트로드’라고 해야 고급스러워지는지 알 수 없다. 궁동 제너레이션이란 명칭도 낯설기 그지 없다. 또 지난 2년간 해온 일들이 광주가 문화도시로 가는 길에 무슨 도움이 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역시 그들만의 축제였던 것 같다.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를 표방한 강운태 시장 취임식 날 ‘이제 아마추어 굿판을 거둬 치워라’라는 주문이 있었다. 때문에 지역문화계는 광주문화재단의 갑작스런 출범이 다소 무리가 따르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마추어리즘을 벗을 것이란 기대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사회 명단이 발표되자 ‘고문 명단 아니야“라는 자조석인 비아냥이 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직원채용 결과와 창립행사 계획을 접하면서 실망을 감출 수 없다. 떠나야 할 자는 그대로 남아 있고 그 사람들이 또다시 ’그들만의 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창조도시’가 구호가 무색하기만 하다. 자잘한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프로그램들이 그렇고 그렇다.

문화재단이 개혁과 발전을 위한 기구라면 출범부터 뭔가 과거와는 다른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다면 일자리가 없는 몇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로 인해 문화지원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개악(改惡)이기 때문이다.

예술의 거리에서 만난 시인의 ‘독설’이 정말 실감난다. “그만 웃기고 제대로 된 것 하나 내놔보시오.”라는 것이다. 예술의 거리 프로젝트가 과연 무엇을 해놨느냐는 것이었다. 광주문화재단은 이런 질문에서 자유롭기 바란다. 제대로 된 것 하나라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지형원 <문화通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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