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30대에 쓴 시 4편 공개

도서출판 은행나무, 백금남씨의 장편소설에서

2010. 04.16(금) 23:34

법정스님(1932~2010)이 30대에 쓴 시 4편이 공개되었다. 이 시는 소설가 백금남(63)씨가 5년간 집필한 장편소설 ‘법정-맑고 향기로운 사람’에 나오는 법정스님의 시로 ‘다래헌 일지’, ‘먼 강물 소리’, ‘병상에서’, ‘어떤 나무의 분노’ 등 4편이다.이들 시는 1960년대 대한불교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의 전신인 대한불교 신문에 실린 것이다.

1963년 10월1일자에 게재된 ‘어떤 나무의 분노’는 합천 해인사의 수백년 묵은 전나무를 보고 “보라!/ 내 이 상처투성이의 얼굴을// 그저 늙기도 서럽다는데/ 내 얼굴엔 어찌하여 빈틈없이/ 칼자국뿐인가”라며 전나무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했다. 법정이 봉은사 다래헌에서 쓴 것으로 보이는 1969년 11월9일자에 실린 ‘다래헌 일지’는 서정적인 작품이다. “연일 아침안개/ 하오의 숲에서는 마른 바람 소리// 눈부신 하늘을/ 동화책으로 가리다/ 덩굴에서 꽃씨가 튀긴다// 비틀거리는 해바라기/물든 잎에 취했는가/ 쥐가 쓸다만 맥고모처럼 /고개를 들지 못한다// 법당 쪽에서 은은한 요령 소리/맑은 날에 /낙엽이 또 한 잎 지고 있다”고 노래했다.

1965년 1월17일자의 ‘먼 강물 소리’는 “창호에/ 산그늘이 번지면/ 수린수린 스며드는/ 먼 강물 소리// -이런 걸 가리켜 세상에서는/ 외롭다고 하는가?/ 외로움쯤은 하마/ 벗어버릴 때도 되었는데/ 이제껏 치른 것만 해도/ 그 얼마라고-”라면서 멀찌감치 들리는 흐르는 강물의 느낌을 표현했다.1965년 4월4일자 ‘병상에서’는 “누구를 부를까/ 가까이는 부를 만한 이웃이 없고 / 멀리 있는 벗은 올 수가 없는데… //지난밤에는 /열기에 떠 / 줄곧 헛소리를 친 듯한데/ 무슨 말을 했을까/ 앓을 때에야 새삼스레/ 혼자임을 느끼는가/ 성할 때에도/ 늘 혼자인 것을”이라며 병상에서의 느낌을 전했다.

도서출판 은행나무 측은 백씨가 이들 4편 외에도 ‘입석자’, ‘초가을’, ‘내 그림자는’, ‘정물’, ‘미소’ 등 법정의 시편들을 발굴했다. ‘미소’는 법정이 어느 불교 신문의 독자시단에 평가를 받기 위해 투고한 시다. 이들 시도 수일 내 공개될 예정이다. 불교신문에 장편소설 ‘불 속의 꽃으로 피다’를 연재 중인 백씨는 소설을 통해 스님과 교류한 많은 이들을 인터뷰하고 방대한 자료 수집을 바탕으로 출생에서 출가, 수행, 입적에 이르기는 법정의 일생을 생생하게 담았다. 또 법정이 ‘어떻게 무소유의 길을 걷게 됐는지’, ‘왜 현실 참여와 수도자의 삶 사이에서 갈등했는지’, 길상사 창건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 ‘맑고 향기롭게’ 재단 창립 등 79년 삶의 흔적과 사고의 편린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담아냈다.


편세라 기자 psr@mtong.kr        편세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