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악' 용어 일제 잔재 아니다"

김정헌씨 "'풍물 '보다 '농악'이 더 적절“ 주장

2010. 03.17(수) 13:40

‘농악(農樂)'이라는 용어가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식민통치를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라는 설은 잘못돈 것이며 우리 선조들이 만든 말이란 주장이 제기 되었다. 남원시립국악단 단원인 김정헌씨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간하는 학술 계간지 '문화재' 제42권 제4호에 기고한 ''농악'과 '풍물'의 타당성 검토와 '농악' 비판에 대한 반론'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농악'이라는 말이 처음 기록된 문헌은 1936년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일본인 학자 무라야마 지준의 '부락제(部落祭)'라는 일부 학자의 주장은 틀렸으며 특히 일본의 가면극 노가쿠(能樂)에서 따온 이름이라는 주장 또한 근거 없는 민간어원설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그 증거로 ‘농악'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1890년께 매천 황현이 쓴 '매천야록'이라고 밝혔다. 또 충남 서천의 유생 최덕기가 1894년에 쓴 일기에도 농악이란 단어가 있다면서 "18세기 후반에는 꽹과리, 징, 장구, 북이 어우러져서 합주를 하는 것을 '농악'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느 정도 보편화해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1920년대에는 '농악', '풍물', '매귀(埋鬼)', '걸궁(乞窮)', '걸립(乞粒)' 등 여러 용어가 함께 쓰이다 1930년대 이후에는 '농악'의 사용 빈도가 압도적으로 많아졌다면서 이는 조선총독부가 1932년 농촌진흥운동을 시작하면서 기존에 있던 용어 가운데 '농악'을 선택한 영향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씨는 1980년대 '농악'이라는 용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1990년대를 거쳐 '풍물'이라는 말이 대중에 파고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악'은 조선후기 농사꾼들이 중심이 되어 집대성한 조선 민중의 악(樂), 가(歌), 무(舞)"라면서 "남사당놀이의 한 종목을 지칭하는 '풍물놀이'는 종합예술인 농악을 지칭하기에 한계가 있으므로 현재 사용되는 용어 가운데 '농악'이 종합예술의 의미가 내포된 가장 합리적인 용어"라고 주장했다.



김 연 기자 kimyun@mtong.kr        김 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