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민화 신세계에서 꽃피다-김세종 민화컬렉션전

28일부터 25년 2월 3일까지 신세계갤러리

2024. 12.24(화) 15:33

운룡도, 종이에 채색

광주신세계갤러리는 신년기획전 《조선민화, 신세계에서 꽃피다. –김세종민화컬렉션》展을 28일부터 2025년 2월 3일까지 개최한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전성기를 맞이했던 조선민화 원화 17점 세트와 고가구, 도자기를 함께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민화만의 독창적인 매력을 감상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화는 조선 말기의 혼란 속에서 궁의 울타리를 넘어 민간 영역으로 퍼져 나간 궁중 화원 화가들의 그림은 전문 화가와 아마추어 작가의 손에 의해 새롭게 탄생했다. 민화는 단순한 감상용 그림을 넘어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고,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민화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민화에는 민중의 소망이 담겼다. 조선시대 민중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아이가 돌이 되면 장수와 출세를 기원하는 병풍을 두르고, 혼례를 올릴 때는 부귀와 다산을 기원하는 화조 병풍을 둘렀으며,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화려한 꽃상여와 병풍으로 고인을 배웅하며 집안의 대소사를 함께 했다. 생로병사, 희로애락을 함께한 민화를 감상하는 것은 가족의 건강을 바라는 작은 소망부터 이상향에 대한 꿈까지,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그림을 그린 이와 감상하는 이의 소중한 마음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두 번째 특징은 유례를 찾기 힘든 새로운 조형성이다. 민화의 소재나 기법은 궁중장식화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펼쳐진 작가들의 표현은 기존에는 볼 수 없던 조형미를 만들었다. 정해진 규격이 없기에 때로는 소박하고 거칠게 보이는 민화는 우리 곁에 흔했기에, 독창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민예품이나 속화(俗畵)로 불리며 평가절하되기도 했다.
그러나 민화의 예술성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사로잡았다. 조선미술을 연구한 일본의 민예학자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1889~1961)는 이 매혹적인 작품들에 ‘민화’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김기창, 장욱진, 이우환과 같은 현대미술 거장들도 민화의 조형성에 주목했다. 2024년 제작된 IVE의 뮤직비디오 ‘해야’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있듯, 민화의 아름다움은 한국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비옥한 토양이 되고 있다.

《조선민화, 신세계에서 꽃피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조선민화 컬렉션인 ‘김세종민화컬렉션’ 중 화조도, 책거리, 까치호랑이를 중심으로 한 대표작을 선보인다. 김세종민화컬렉션은 미학적 관점을 중심으로 논의되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전시된 바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2023년 경매를 통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화조도병풍>이 국내 최초로 전시된다. 해당 작품은 일제강점기에 반출되어 일본에 소장되어 온 것으로 추측되며, 이우환 작가가 편집에 참여하여 일본에 한국민화를 소개한 『이조민화』(강담사, 1982)에 수록된 바 있다.

김세종 컬렉터는 ‘조형성이 뛰어난 조선 민화는 민예가 아니라 순수회화다.’라는 신념과 관점으로 30여 년간 민화를 수집해 왔다. 민화를 수집하며 체득한 미학을 바탕으로 『월간 민화』에서 「컬렉터 김세종의 안목」을 연재하였으며, 『컬렉션의 맛』(아트북스, 2018), 『나는 조선민화 천재 화가를 찾았다』(아트북스, 2022)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2025년 『판타지아 朝鮮民畵 김세종 컬렉션』(전 4권), 『나는 조선 민화에서 순수미술을 보았다』 출간예정이다.
김세종민화컬렉션은 《조선민화 까치호랑이》(평창아트, 2010), 《불가사의의 아름다운 민화》(EU 대사관저, 2016), 《판타지아조선-김세종민화컬렉션》(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세종문화회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18), 《황혜 홀혜》(경남도립미술관, 2021), 《美物玩賞 : 조선, 색으로 장식하다.》(포스코미술관, 2021) 외 다수의 기획전과 초대전에서 선보여왔다.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