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시집 ‘음식과 연출, 그리고 시’

2024. 12.09(월) 14:08

이성희 시인

음식연구가이자 식공간 연출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맛음식연구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성희씨가 첫 시집 ‘음식가 연출, 그리고 시’를 출간했다. 도서출판 고요아침, 12,000원

이성희 시인은 대한민국향토음식문화대전 대상을 비롯 국내의 많은 음식관련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음식전문가이기도 하지만 오래전 문화예술을 통해 시로 등단한 시인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4부로 구성된 이 시집은 1부 ‘음식 싣고 달려보는 시적 열차’ 2부 ‘당신 참 이쁘다’ 3부 ‘사이와 사이의 세계’ 4부 ‘시는 노래가 되어’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70여편의 시를 담았다.

특히 1부의 시들은 ‘강진만 갯벌탕; ’ 늙은 호박‘ ’호박조청을 담그며‘ ’송편’
‘떡국’ ‘석작이야기’ ‘ 걔란찜을 만들며’ 등 음식을 소재로 하여 식재료 속에 담긴 추억을 꺼내어 가슴 속에서 발효시켜 내놓음으로써 그 속에 흐르는 깊은 맛이 혀끝을 맴돈다.

이성히 시집 \\\'음식과 연출, 그리고 시\\\'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호박 조청을 담그며’ 전문이다.

맷돌 호박 늙은 호박
호박 조청을 만든다
기력없어 기침하는 어머니
내 간절한 기도를 바친다

유년에는
아수라 백작 호박이 산다
신데렐라에 나오는 왕자님

호박 마차를 타고
빗자루로 호박을 겨누며
마법 주문을 외치던 아수라 백작

노을빛 가슴에 활짝 열어젖힌
늙은 호박 속 씨앗들이 말한다.

호박 조청은 어머니께
바치는 나의 사모곡이라고

그 노래는 강물 혹은 맨살의 은결
그 노래는 해제일 햇살 같은 봄바람

오늘밤
휘휘 저은 호박 조청물 한 잔
드시고 눈물 흘리실까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린다.

시인은 늙은 어머니를 위해 호박조청을 담그면서
마치 한올 한올의 뜨개질을 하는 마음으로
너무도 간절한 사모곡을 부르고 있다..

평문을 쓴 이지엽 시인은 “ 만드는 음식 모두가 시의 지료이고. 음식 레시피가 시의 얼개와 구성을 이룬다”면서 “음식으로 시작하여 시와 노래와 춤으로 연출되고 있다” 평했다.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