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이문석 '할아버지 의자'

2024. 11.25(월) 14:40

우리 집 마당 한 켠에 놓여 있는 조그만 나무 의자.
볕 좋은 날이면 할아버지는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셨다.

접시에 새 모이를 담아
의자 위에 놓아두시기도 하고,
이따금, 돋보기나 성경책이 놓여 있기도 했다.
거친 비바람이 불 때도 의자는 혼자였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있기도 했다.

감나무 그늘이 있는 우리 집 마당 한 켠,
언제나 덩그러니 혼자서 앉아있던
낡고 작은, 할아버지 나무 의자.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오랜 지금도
우리 가족 아무도 의자를 치우지 않는다.

지금도,
나를 보면 빙그레 웃으시는,
할아버지 나무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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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기억과 추억은 같은 듯 다르다. 기억은 과거의 사물이나 지식을 새겨 보존하거나 되살려냄이고 추억은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함이다. 하지만 기억은 지난 일을 아는 지식이고 추억에는 감정이 깃드니 그 되새김에 차이가 있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수 십만 명의 조상이 있었고 또 그 만큼의 후손이 세상을 이어갈 것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오랜 지금도 우리 가족 아무도 의자를 치우지 않는다’는 이문석 시인의 동시 ‘할아버지 의자’는 기억과 추억이 우리 인간의 특권이고 헌 것이 있어야 새것이 있는 소멸 생성의 이치이자 바탕이다.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