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조향숙 '은방울 비'

2024. 09.09(월) 11:37

주룩주룩 내린 비
내방 창에 은방울
수채화 그렸네요

주룩주룩 내린 비
또도독 또도독
내 창 노크하네요

누굴까? 내다보니
은방울 단체 손님
내 창 노크하고

잽싸게 미끄럼틀 타고
룰루룰루 룰루랄라
달아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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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면 봄은 오네’ 했는데, 제비 보기 어렵고 ‘엄마 닮았네’ 노래 부르며 송아지 가죽 가방 자랑하는 게 세태이다. 피라미드를 지킨 건 위대한 파라오가 아닌 2mm의 강수량이고, 메마른 대지는 나일강이 책임져 백성을 먹여 살렸다. 내 것이 귀하면 네 것도 소중하다. 조향숙 시인의 동시 ‘은방울 비’는 명품 탐욕, 네 탓 타령, 내 자랑을 하지 않는다. 그저 닫힌 창에 수채화 그려서 잠꾸러기 아이에게 보아달라고 한다. 정작 아이와 눈 마주치니 ‘아이 부끄러워’ 달아났을 뿐이다. 하지만 죄진 게 없으니 룰루랄라 노래 부르며….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