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천화선 '뻐꾸기도 콩알은 세겠지'

2024. 02.19(월) 14:08

아침을 여는 동시
뻐꾸기도 콩알은 세겠지
천화선


한 구멍에
두세 알만 넣어야 하는데
자꾸만 콩알들이
손에서 더 많이 흘러나온다
콩알도 초보 농사꾼을 아는지
제 맘 대로다

뻐꾸기가 키 큰 나뭇가지 위에서
뻐꾹뻐꾹
콩밭을 내려다보며 운다

가을이면 노랗게 익어갈
콩꼬투리를 위해
뻐꾸기도
한두 알은 남겨 놓고 먹겠지

뻐꾸기도
콩알 정도는 셀 줄 알겠지.

<해설>
농부가 봉창 유리로 우렁 잡는 황새를 봤다. ‘엉금엄금 기어간다’ 농부의 말에 마침 도둑이 엉금엉금 기다가 딱 멈췄다. 이때 우렁을 발견한 황새에게 농부는 ‘딱 멈췄다.’고 했다. 딱 멈춘 도둑의 가슴이 철렁했다. 황새가 우렁을 ‘콱 찍었다’ 농부의 다음 말에 도둑은 그만 줄행랑을 놓았다. 천화선 시인의 동시 ‘뻐꾸기도 콩알은 세겠지’에서 뻐꾸기가 초보 농사꾼의 마음을 헤아린다. 그러나 탐욕에 찌들고 권력까지 있는 도둑은 도망가지 않는다. 도둑이라 손가락질하는 사람의 손가락을 도둑으로 만든다. 사람이 뻐꾸기만도 못해서야 쓰겠는가 싶다.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