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이꽃별 '신발'

2024. 02.05(월) 09:55

새 운동화를 자랑하느라
거들먹거리던 친구와 싸우고
씩씩거리며 들어온 동생

화가 나서 운동화 두 짝을
공 던지듯 현관에 날려버린다

나란히 있던 신발들은 깜짝 놀라서
이리저리 숨느라 야단이다

형의 파란 운동화는
고개를 처박고
신발장 밑에서
끙
끙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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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예전 오릿길에 오리나무, 이십 리 길에 스무나무 심어 이정표로 삼았다. 이 스무나무 큰 마을 부잣집은 스무나무 아래 볏단과 소쿠리 가득 밥 담아 무 반찬과 함께 놓아두었다. 나귀도 말도 없는 나그네가 이 스무나무에서 볏짚으로 새 짚신을 삼고, 무 짠지에 식은 밥덩이로 허기를 달랬다. 다 해진 짚신은 스무나무 가시에 걸었다. 짚신 많이 걸린 스무나무일수록 인정 많은 마을이었다. 이꽃별 시인의 동시 ‘신발’은 그 짚신의 후예이다. 오늘 우리가 짚신 대신 좋은 신발을 신으니 스무나무도, 부잣집 인정도 사라졌구나 한다. 그립다, 그날이!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