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祐含칼럼> 三無 화가, 三無 광주

2022. 06.14(화) 09:23

목포 출신의 서양화가 백홍기(白洪基, 1920~1967) 선생. 일본 유학까지 한 미술인이었지만 화가로서 성공하지 못한 채 마흔 일곱의 나이에 세상을 떠남으로써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전에 유화전과 파스텔화전을 한 번씩 가진 적이 있다고 하는데 화가로서의 흔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는 목포미술협회의 전신인 ‘목포문화협회’를 창설하고 회장을 지내는 등 지역문화운동에는 열심이었다. 1938년 일본의 태평양미술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하여 ‘목포문화협회’를 발족시켰다. 1958년 결성된 목포문화협회는 백홍기를 회장으로 강동문 김수호 등 11명의 서양화가들이 참여했다. 목포문화협회는 1년 뒤 서양화가 뿐 아니라 미술인들이 모두 참여하는 목포미술협회(회장 허건, 부회장 장덕)로 개편되었고 그해 제1회 회원전을 가진 바 있다.

백홍기와 절친했던 우인들은 “해방 직후에는 정말 멋이 좔좔 흘렀는데 그만 그놈의 가난 때문에 망해버렸다.”고 아쉬워 했다고 한다. 재능은 뛰어났으나 생활이 뒷받침되지 않아 화가로서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이다.
백홍기란 이름 앞에는 늘상 ‘삼무(三無) 화가’란 애칭이 붙어 다녔다. 전무(錢無) 허무(虛無) 전무(展無) 즉, 돈 없고 늘 허무해 했으며 전시회 없는 화가라는 의미였다. 물론 1950년대와 60년대의 전업화가들 중에서 그림으로 먹고 산 사람은 거의 없다. 가난은 예술을 택한 이들이 피해 갈수 없는 숙명이었는지 모른다.

당시 목포지역의 화가들은 오거리 일대의 다방과 길에서 예술 사랑을 노래하는 것이 유일한 삶의 위안이었다. 백홍기와 함께 가난을 한탄하며 예술 논쟁을 즐겨했던 양수아는 “백홍기의 그림은 땅 속에 묻힌 다이아몬드다.”라고 평한 바 있다. 차재석은 유고집 『삼학도로 가는 길』에서 백홍기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잔재주를 부리지 못하는 화가, 양복 윗저고리를 어깨에 넘기고 건드레 노려보는 눈, 약간 대대한 입, 새치가 새치로 보이지 않는 반백의 머리에서 오는 숙명적 풍류,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말겠다는 생활신조, 그림도 그렇고 처세도 그렇다.”
1967년 4월 30일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그의 장례식은 목포예총 장으로 치러졌다. 그가 안치된 목포 석현동 공동묘지에는 ‘나이 四十八 백발청춘, 술의 나그네 백홍기 화백 여기 잠들다’는 묘비가 있다.

갑자기 백홍기 화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요새 우리 광주를 가리켜 ‘삼무(三無)’의 도시‘라고 한다는 말이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 없는 신문’ ‘회원 없는 시민단체’ ‘학생 없는 대학’이란 뜻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유달리 신문사가 많다는 것. 시민단체가 너무 많고 목소리가 크다는 것. 그리고 초·중·고생에 비해 대학이 너무 많다는 말이다.

삼무라는 말이 모두 걱정에서 나온 말이긴 하지만 그 속에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뜻도 들어 있다. 소위 공정언론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가, 대안이 없는 비판과 단체의 이기주의는 없는가, 그리고 지역의 대학들이 우리의 자녀들이 광주를 떠나지 않아도 될 만큼 제대로 교육을 시키고 취업을 보장해 줄 것인가 등이다.

얼른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사실 우리 광주는 특정 정당, 특정 단체, 특정의 기득권자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됨으로써 그 속에 있지 않는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아시아문화중심도시 , 광주’라는 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는 일이 먼저가 아닐까?

지형원<문화통 발행인>

지형원 mht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