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조오복 '가엾은 풀꽃들'

2022. 02.21(월) 10:49

공원 잔디밭에
이름 모를 풀꽃들
무리 지어 피어있어요

참, 예쁘네!
눈인사 주고받았어요

며칠 후
다시 가보니
웬걸
모두 사라졌어요

안타까움 가득 안고 돌아서는데
길 건너 풀밭에서
예초기 든 아저씨
땀을 닦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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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그리스 식민지 나폴리 근처의 ‘쿠마에’ 마을에 무녀가 살았다. 한 줌의 모래알처럼 많은 생일을 부여받은 ‘쿠마에의 무녀’는 결국 육체는 사라지고 목소리만 남았다. 아이들이 물었다. ‘무녀야, 뭘 원하니?’ 그녀가 대답했다 ‘난 죽고 싶어.’ 그 죽음이란 것이 있어서 생명은 더 소중할 것이다. 공원 잔디밭의 이름 모를 풀꽃들은 바로 우리 평범한 시민들이리라. 서로 안부를 묻고, 맛있는 것 같이 먹고, 좋은 곳 함께 가고 싶은…. 공원 잔디밭의 사라져버린 이름 모를 풀꽃을 생각하는 조오복 시인의 마음이 풀꽃보다 더 아름답다.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