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염수니 '오늘은 쉬는 날'

2022. 01.17(월) 15:24

저수지 가게가
문을 닫았다.

단골 손님
청둥오리가 헛걸음하고
장 보러 왔다가
왜가리도 되돌아갔다.

진눈깨비 쌓인
문밖에는
손님의 흔적으로
철새 발자국이 늘어가고

아이들이 던져놓은
몇개 돌멩이만
꽁꽁 언 저수지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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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헬렌 켈러 여사는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 ‘은사님과 친구, 들과 산의 꽃과 나무, 아침노을과 저녁의 황혼, 밤하늘을 수놓는 별, 음악당과 영화관 거리의 네온사인, 쇼윈도 안에 진열된 상품…’을 보고 싶다고 했다. 누구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그녀에게는 생애의 가장 큰 소망이었다. 달걀, 파, 멸치, 콩을 들고 히히낙락 편가르기를 즐기는 무리들이 염수니 시인의 동시 ‘오늘은 쉬는 날’을 읽었으면 한다. 문 닫은 저수지 가게는 새 봄이면 문을 열 것이다. 이 세상 누구든, 무엇이든 편가르지 않고 다 반겨줄 것이다. 돌멩이도 받아 주는데….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