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祐含칼럼> ‘무조건 광주로’ 그 이후

2021. 12.29(수) 08:58

광주를 소재로 한 노래 ‘무조건 광주로’가 얼마 전 세상에 발표되어 많은 화제가 되고있다. 우선 시민들이 스스로 노랫말을 짓고 비용을 마련해 만든 노래라는 점, 그리고 지역 출신의 자원들을 설득하여 공감의 콘텐츠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문화전문 기자로 활동해온 필자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광주를 대표하는 노래가 없다’ ‘광주를 상징하는 관광기념품이 없다’ 는 말을 들어왔다. 기자 생활을 시작했던 40년 전에도 그랬고 최근까지도 그러했다. 말로만 아쉬워하면서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각종 세미나나 포럼에 참석해봐도 ‘선택과 집중’ ‘차별화’라는 말만 할 뿐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할 것인가, 무엇으로 차별화할 것인가는 말하지 않았다. 아니 말하지 못했다.

지난해 문화通 창간 10주년 기념으로 시작한 사업이 관광기념품 개발과 ‘광주의 노래’ 제정이었다. 관광기념품은 세계 어느 도시에 없는 ‘민주의 종’과 도청 분수대를 소재로 만들었다. 민주의 종 형상 그대로를 세라믹제품으로 만들고 종소리를 녹음하여 종의 밑받침인 분수대 안에 스피커와 함께 부착하여 종을 들면 소리가 나도록 만든 것이다. 시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아이디어는 좋은데 완성도 때문에 자칫 사장돼 버릴 뻔했다.

광주시와 시 산하 기관들을 설득하여 소량이나마 제작하게 되었는데 출시되자마자 상당한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무조건 광주로’를 노래한 김연자 가수는 이용섭 시장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최고의 선물, 최고의 기념품’이라고 극찬했다. 이 기념품은 대구와 광주의 체육회 교류 행사에서도 선물로 전달되었다. 시내 몇몇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도 몇 개씩 구매하였다.

다음은 노래를 만든 이야기다. ‘서울의 찬가’ ‘부산갈매기’ ‘안동역에서’ ‘여수 밤바다’ ‘목포의 눈물’ 등 다른 지역에는 지역의 노래가 있는데 우리 광주는 이런 노래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노랫말을 만들고 작곡가와 가수를 섭외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쑥스럽기는 하지만 필자가 쓴 노랫말이 그래도 가장 괜찮은 것 같다는 의견이 모아져 작곡가 섭외에 나섰다. 노랫말은 이렇다.

사랑을 위해 사랑을 찾아/ 무조건 광주로 갈거야
무등산처럼 넓은 가슴에 /화산을 품고 사는 곳
사랑도 내 삶도/ 일편단심 모 아니면 도
젊음을 노래했던 금남로의 청춘들이여/ 자유(예술)를 노래했던 친구여
광주로 광주로/ 무조건 광주로
사랑을 위해 사랑을 찾아 / 무조건 광주로 갈거야

작곡가 공정식은 화순 출신으로 대중가요 작곡상을 수상했고 비중 있는 각종 가요제 심사위원을 역임한 히트곡 제조기로 알려진 사람이다. 가수 김용임의 ‘사랑님’ ‘빙빙빙’. 진해성의 ‘사랑 반 눈물 반’ 등 많은 히트곡을 제작한 바 있다. 가수 선정도 한치의 이견도 없이 광주 출신 김연자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제 노래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만드는 일이 남았다. 필자가 먼저 일정액을 내놓자 위원들이 앞다투어 보탰고 어떤 기업인은 상당한 거금을, 어떤 예술인은 그림을 한 점 내어주시며 뜻을 함께했다.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교포도 동참 의사를 밝혀왔다. 모금 시작 1주일 만에 목표액을 채웠다.

이렇게 하여 ‘무조건 광주로’가 탄생했고 광주지역 연고의 여자배구단 AI페퍼스가 창단되던 날 ‘광주의 노래’로 화려하게 세상에 나왔다. 이날 노래가 불려진 뒤 신문들이 대서특필했고 방송에서도 잇따라 소식을 전하면서 전국으로, 해외로 전파되고 있다. 가슴에 화산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라 노래부르기도 뜨겁다.

지역의 유명한 원로시인은 이런 소감을 보내왔다.
“함께 부르기 쉽고 메시지도 다 있으면서 모종의 부담을 주지 않고 음악성과 혼이 담겨서 뭉클하되 friendly하게 역동적이고, 그리고 눈물 (이 눈물보다 더 강한 이름이 어디 있으랴)이 나도 모르게 흐르게 하는 노래, 무조건 좋은 노래다.

지형원 mht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