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노운서 '하늘 샤워'

2021. 07.26(월) 15:02

샤아 샤아
하늘에서 누군가
샤워기 틀었다

나무, 꽃, 잔디밭
놀이터
십자가 교회 지붕
말끔히 목욕한다

투둑투둑
샤워기 꺼졌다

오늘 밤 모두들
기분 좋게 잠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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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을 꿰어 쓸 수 없다. 옷 입은 체 세탁기에 들어가지 않고, 몸에 비누칠하고 소나기 맞지 않는다. 하지만 대지를 적시는 이 하늘 물은 자연이 베푸는 은혜이고 신비이다. 거북 등으로 갈라진 논밭의 칠 년 가뭄을 해결하고, 어지러운 마음을 잡아주는 교회 십자가까지도 챙긴다. 이 물과 햇빛, 흙과 공기 등 4개의 원소는 생명의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경배하면 우상이거나 원시인이 될 수도 있다. 샤워기 꺼져도 기분 좋게 잠들게 하는 것은 신이 아닌 물인데도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산절로 물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다.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