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조기호 '난 그냥 웃었어'

2021. 03.03(수) 15:15

개 컹컹 짖는다고
막 화내고
꼬랑지를 세우면
똑같지, 뭐

물그릇을 엎지를 때도
신발 물고 달아날 때도
으흐흐흐
그냥
난 웃었어

엄마는
파리채를 들고
이리저리 쫓아다녔지만
난
그냥 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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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우리 조상들은 놀이문화에 풍자와 해학을 녹여서 받아들이고 즐겼다. 하지만 농본사회가 아닌 현대사회는 다양한 계층과 계열로 세분화되어 과거의 풍자와 해학은 더 이상 놀이가 아닌 개인과 집단의 이익문제가 되었다. 웃음도 가려야 하고, 화를 내야함에도 외면하는 게 현명한 세상이 되게했다. 두 군데 신춘 동시로 등단하여 여러 권의 동시집을 출간한 조기호 시인의 신작동시집 ‘뻥 뚫어 주고 싶다’의 여러 동시는 우리들에게 아직도 풍자와 해학의 여유가 있음을 알게한다. 엄마의 모습을 보며 웃는 ‘그냥 난 웃었어’의 아이가 귀엽고 부럽기도 하다.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