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이성자 '돌림길'

2021. 02.24(수) 15:37

지름길 놔두고 왜 돌림길로 오는 거야?
엄마는 고개를 갸웃하지만
내 맘 모르는 소리

돌림길에서는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를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고

새로 아파트 짓는 공사장에서는
여기저기서 숨은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 나올 것 같고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올 때
지름길로 오면 7분
돌림길로 오면 15분 걸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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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산에 오를 때는 길이 하나만 보였는데 산 위에 올라 보면 오르는 길이 여럿 보인다. 이성자 시인이 최근에 펴낸 ‘길따라 읽는 동시랑 동화랑’을 읽으며 새삼스레 그 많은 길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치 높은 산 위에서 내 지난 삶의 길을 되돌아보는 느낌이었다. 모든 강은 바다로 가듯 그 여러 삶의 길이 마침내 이르는 곳은 어디일까? 신춘으로 등단하여 여러 권의 동시집, 동화집을 출간한 이성자 시인이 걸어온 길, 걷는 길, 걸아갈 길에서 문학과 인간, 삶과 인생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어떤 길을 걸을까가 아닌, 어떻게 걸을까를 생각한다.

김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