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祐含칼럼>요코하마 아카렌카와 중앙초 붉은벽돌건물

2020. 03.16(월) 10:34

요코하마 아카렌카 창고는 본래 해상무역을 통해 오가던 화물을 보관하는 창고였다.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피해를 입기도 했고 1945년 미군 항만사령부로 사용된 적도 있다. 요코하마시는 이 건물을 국가로부터 매입해 1988년부터 ‘미나토 미라이 21’이라는 도시재생을 추진하게 된다. ‘미나토 미라이’란 ‘미래항구 21’ 계획이라는 뜻이다.

리모델링을 시작한 지 9년만인 2002년 오픈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인증을 받고 유네스코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아시아태평양 유산상(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꾸준히 리뉴얼 작업을 거쳐 한 해 평균 650만명 찾는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시설이 되었다. 2006년 이후 누적방문자는 1억명이 넘었다.

1호관은 메인홀과 전시관 등이 있고, 2호관은 레스토랑과 의류, 도자기, 아기자기한 디자인 소품들을 판매하는 100여개의 상점이 주를 이룬다. 아카렌카는 주기적으로 문화행사들을 개최하는데 봄마다 열리는 플라워가든과 국내외 뮤지션들이 참여하는 콘서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름에는 맥주 페스티벌,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을 운영해 시민들에게 ‘연중무휴’ 휴식공간도 제공한다. 또한 메이지 시대의 건축 거장인 추마키 요리나카가 설계한 역사적 유물과 드넓게 펼쳐진 바다가 연주하는 ‘합중주’는 19세기 말 ‘개항기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1호관과 2호관 광장에서는 우리나라 포장마차 같은 먹거리가 있고 한쪽에서는 많은 관람객들이 음식을 먹으며 라이브공연을 즐긴다. 야외공연장에서는 맥주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요코하마는 일본 혼슈(本州)의 도쿄만(東京灣) 서쪽 연안에 자리 잡은 조그만 어촌이었다. 1868년 메이지 유신으로 완전히 개방되었고, 1889년 가나가와와 요코하마를 합쳐 요코하마시가 탄생했다. 이후 일본의 제2도시로 성장했다. 일본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중앙초등학교 조감도

지금까지 요코하마 얘기만 했다. 우리 광주에도 요코하마의 아카렌카에 버금가는 것이 있다. 예술의 거리 중앙초등학교의 붉은 벽돌 건물이다. 한때 국립현대미술관 건립공간으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현재 중앙초등학교 전체 재학생은 36명으로 학년당 학생 수가 5.6명에 불과한 초미니학교다. 다행히 광주시교육청이 후문 입구에 새로운 교사(校舍)를 신축할 계획이어서 그 아름다운 붉은 벽돌 건물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상징적 공간으로 바꿔낼 절호의 기회다. 이곳에 전국 유일의 근대미술관을 유치하고 중앙로 입구에서 후문에 이르는 ’ㄱ‘자형 공간에 1층은 갤러리, 2층은 화가의 작업실로 연결하면 무려 40여 명의 작가들이 예술의 거리에 상주할 수 있다.

문화전당과 예술의 거리-대인시장- 오가헌- 박인천 생가로 이어지는 하나의 예술관광 블럭이 만들어진다. 예술인이 없는 예술의 거리는 죽은 거리다. 예술의 거리 40년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기 때문이다.

우물쭈물할 때가 아니다. 광주시가 팔을 걷어붙이고 시교육청이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해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문화관광부와 교육부까지라도 설득해서 기필코 이뤄내야 할 오래된 숙제이다. 이 붉은 벽돌 건물이 광주문화의 허브이자 광주 관광의 센터가 될 수 있도록 해내느냐 마느냐는 오직 시민들의 의지에 달려있다.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