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예술의 거리에 무인갤러리 등장

50평 규모 궁동화랑 오픈
아프리칸 아트 김광수 대표가 운영

2018. 04.27(금) 17:38

광주 예술의 거리에 무인 갤러리가 등장했다. 화랑을 지키는 사람이 없으니 아무나 어느 때나 들러 그림을 감상하고 다리가 아프면 잠깐 쉬어가도 된다. 화랑 가운데 탁자에는 음료수와 주정부리 같은 것도 놓여 있다.

무인 갤러리를 오픈한 사람은 예술의 거리에서 20여 년 동안 ‘아프리칸 아트’를 운영해온 김광수 대표(64)다. 원래 궁동화랑이라는 이름으로 화랑을 운영하다가 아프리카적인 색채와 미술품을 좋아해 ‘아프리칸 아트’로 이름을 바꿨는데 이번에 다시 옛 이름을 찾은 셈이다.

무인갤러리는 중앙초등학교 후문 네거리에서 중앙로로 가는 길목에 있다. 옛날 나인갤러리가 있었던 자리다. 그 후에도 지역문화교류재단에서 갤러리로 운영하기도 했던 곳이다.

50여 평에 달하는 비교적 큰 공간이다. 공간도 좋지만 전시된 작품들이 수준급이다. 광주지역 작가들 중에서는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망라하고 있다. 오지호 · 의재 허백련 선생의 작품을 비롯해 고(故) 임직순 진양욱, 오승윤 박상섭 최쌍중, 장영일 을 비롯 황영성 강연균 한희원 황순칠 등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잘 전시되어 있다.

무인갤러리를 오픈한 김광수 대표

“화랑을 시작한지 20여년이 됩니다. 그동안 여건이 좋은 작품을 좋은 곳에서 보여드리지 못해 작가나 애호가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번에 큰 맘 먹고 저질렀는데 광주예술의 거리 활성화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면 좋겠습니다.”

그는 매우 조용한 사람이다. 돈을 벌겠다고 욕심을 부리지도 않고 좋은 작품이 나오면 빚을 내서라도 그림을 구해 걸어 놓는다. 중앙초등학교 후문 앞 아프리칸 아트는 겉보기에는 헙수룩하지만 전시된 작품들은 예술적 품격이 느껴진다. 작품을 작품답게 대접하지 못해 늘 미안해 이번에 또 하나의 갤러리를 오픈했다는 것이다.

“광주가 수준 높은 도시라서 분실 같은 것은 걱정이 안 됩니다. 다만 감상하시면서 작품을 만짐으로써 훼손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것만 조심해주신다면 예술의 거리의 새로운 명소로 발전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이곳 무인갤러리는 마땅히 약속을 정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잠깐 쉬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인의 넉넉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조용한 공간이다.

문의: 010-8619-5480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