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개관

구 농성동 상록전시관 리모델링
3일부터 6월 26일까지 이우환전개

2017. 03.01(수) 12:23

하정웅 작 '대화' 캔버스에 아교돌가루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이 하정웅 미술관이란 이름으로 3일 개관된다. 개관기념으로 이날부터 6월 25일까지 하정웅컬렉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우환 작품전'이 개최된다. 하정웅미술관은 이번 개관전 이후 하정웅 컬렉션을 2층에 상설전시하며 전시관 1층은 광주시립미술관의 기획전이 계속될 예정이다.

재일교포인 하정웅 선생은 지난 1993년부터 최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총2,523점을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했으나 전시 공간이 부족하고 전국에 기증된 하정웅컬렉션과의 연계 연구 등이 필요해 이번이 하정미술관을 개관하게 된 것.

하정웅 컬렉션 가운데는 세계적 작가 이우환을 비롯해 전화황, 곽인식, 곽덕준 등 재일교포의 작품과 마리로랑생, 샤갈, 달리, 앤디 워홀 등 수준 높은 작품들이 다수 포함돼 광주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예향 광주의 위상을 높이는데 공헌하였다.

광주시립미술관 조진호 관장은 “하정웅미술관 개관으로 광주시립미술관 소장품인 하정웅컬렉션을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빛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면서 “ 하정웅컬렉션을 더욱 체계적으로 연구‧전시할 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하정웅컬렉션 네트워크의 구심점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증자 하정웅 선생은 “ 가난 때문에 화가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미술작품을 통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당하고 수난 당했던 자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으로 작품을 수집해 왔다.”면서 “ 광주는 국가 권력에 의해 많은 시민들이 억울하게 죽어간 상처받은 도시이기에 제가 기증한 작품들을 통해 시민들이 위로 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하정웅 선생의 컬렉션의 방향은 소외받은 자들을 위한 위로가 주제이다. 자신의 기도의 정신과 광주정신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며 작품을 통해 인류의 평화를 향한 염원이 퍼져 나가기를 소망했다.

이번 하정웅미술관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우환展의 전시작품은 모두 하정웅 기증작품 총 37점(광주시립미술관 소장 36점,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 소장 1점)이다. 1974년대 '점으로부터(From Point)' '관계항(Relatum)', 1980년대 '선으로부터(From Line)', '바람으로부터(From Winds)', '동풍(East Winds)' 시리즈, '유적지에서(In the ruins)', 'With winds', 1990년대 '조응(Correspondence)', '출항지', 2000년대 'Silently', '대화(Dialogue)' 까지 이우환 회화 시리즈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1993년에 13점, 2003년에 4점, 2012년에 18점, 2014년에 1점 기증되어 모두 36점에 달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이우환 40여년 회화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로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기증자 하정웅과 이우환, 그리고 광주와의 만남을 통해 하정웅의 휴머니티와 나눔의 정신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정웅 소개

하정웅은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던 해에 오사카에서 가난한 재일교포 노동자의 장남으로 출생했다. 학창시절을 혹독한 가난 속에 보냈으며 고등학교 졸업 후 도쿄에 진출하여 작은 규모의 전기회사에 근무하면서 야간에는 일본디자인스쿨에 다녔던 화가 지망생이었다. 한때 과로와 영양실조로 인해 실명의 위기를 겪기도 했으며 좌절과 절망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북송선을 기웃거리기도 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가전판매대리점을 경영해 탁월한 사업능력과 근면함으로 자수성가했다.

하정웅은 재일교포 화가들의 작품 컬렉션을 시작으로 ‘맹목의 견’ 등 불우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품들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이를 광주시리미술관을 비롯 영암 하정웅 미술관 등 국내외 미술관과 박물관에 만여 점의 작품과 미술자료를 기증, 메세나 운동가로 칭송을 받았다, 이같은 공로로 2012년 재일교포 최초로 보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1989년 제1호 맹인복지공로상, 1994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하였다. 광주광역시와 영암군은 문화예술업적을 기려 명예도로 ‘하정웅로’를 명명하기도 하였다. .

그의 컬렉션의 특징은 사회적 정치적으로 불우하고 소외 받은 사람들이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을 애도하는 기도와 위령의 정신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재일교포로서 고향에 대한 운명적인 그리움, 자신을 낳아준 조국에 대한 문화와 미술로의 보답의 마음이 담겨있는 컬렉션이다.

'기도의 미술'이라는 고유한 성격을 갖는 하정웅컬렉션과 1980년 5월 민중항쟁이 일어난, 아픔의 한국현대사를 상징하는 민주·인권의 도시 광주와의 인연은 과히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1980년대 억압된 정치적 현실 속에서 광주가 받았던 수난과 이방인으로서 재일교포가 겪어야 했던 좌절, 나아가 불우하고 소외 받은 자들의 고통은 일맥상통하는 아픔으로 이해 될 수 있다. 하정웅컬렉션이 갖는 '기도'의 성격은 개인의 구원을 넘어 전쟁과 모든 억압과 빈곤이 사라지고 평화와 사랑이 도래하기를 기원하는 원대한 철학적 의미를 지닌다.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