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진체 완성…전설적 서예가 원교 이광사 특별전

시문과 서첩, 병풍, 주련, 편액 등 60여점 최초 공개
22일~8월 11일까지 광주 은암미술관

2016. 07.20(수) 07:07

莊老觀魚(장로관어) 惠子據梧(혜자거오)

지리산 천은사의 옛 이름은 감로사다. 경내에 이슬처럼 차갑고 맑은 샘이 있어 그렇게 불렀다. 임진왜란으로 사찰이 불타버려 중건할 때 샘가에 구렁이가 자주 나타나 잡아 죽였더니 구렁이가 사라졌다. 그러나 그 후 자주 화재가 잦고 재화가 끊이지 않았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조선 4대 명필의 한사람이 원교 이광사(1705~1577)가 샘이 숨었다고 하여 물흐르는 듯한 서체로 천은사(泉隱寺)라 써서 붙였더니 화재가 그쳤다고 전한다.

바로 그 전설적인 서예가 원교 이광사 특별전이 22일~8월 11일까지 20일 동안 광주 예술의 거리 은암미술관(관장 채종기)에서 개최된다. 원교 이광사는 조선의 명필 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에서 돌아올 때 그의 무덤을 찾아가 잔을 바치고 묘비명을 써주었다는 명필로 동국진체의 완성자로서도 이름이 높다. 그는 나주 백서사건에 연루돼 신지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서예의 쳬계적인 이론서인 서결을 완성하고 한국적인 서체인 동국진체를 완성했다.

이번 원교 이광사 특별전에는 시문과 서첩, 병풍, 주련, 편액 등 60여점이 선보이는데 작품 한 점 한 점으로 계산하면 500여점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의 전시회다. 전시작들은 서화수집가 고송석씨(65)가 20여년에 거쳐 수집한 것들로 작품 값은 수억원에 이른다. 고씨는 동국진체 서예작품 전문수집가로 옥동 이서, 공재 윤두서를 비롯 동국진체 서맥을 이어온 서예가들의 작품 1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동국진체(東國眞體)란 조선후기 들어 중국의 서체를 모방하지 않고 진정한 우리의 글씨를 써보자는 문화운동으로 시작된 서체다. 이 같은 운동은 비단 서예계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중국의 관념산수와는 다는 진경산수 운동이나 다른 분야에서도 바람이 불었고 이런 문화자립운동을 일컬어 동국진풍(東國眞風)이라 부른다.

이광사 초상화

동국진체는 옥동(玉洞) 이서(李宖 : 1622~1723)로부터 시작해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 : 1668 ~1715), 백하(白下) 윤순(尹淳 : 1680~1741), 원교(圓嶠) 이광사(李匡師 : 1705~1777)가 완성했고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 1770~1847)~ 모수명(牟受明, ?~?)~ 석전(石田) 황욱(黃旭 : 1898~1993), 전남의 설주(雪舟) 송운회(宋運會 : 1874~1965), 호암(湖巖) 박문회(朴文會), 송곡(松谷) 안규동(安圭東 : 1907~1987)으로 이어졌다. 사실 현재 광주전남지역 서단은 거의 모두가 동국진체의 서맥을 잇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이 지역은 물론 국내 국·공립미술관에서도 거의 개최된 적이 없는 전시로 사설미술관과 지역의 서예연구가들이 전시기획을 맡아 추진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이 전시는 언론인이자 지역의 문화연구가인 지형원씨가 소장자를 발굴하고 소장자와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비매전으로 진행된다. ‘원교의 서체연구’에 관한 글은 정동화 박사(원광대)가 썼다.

한편 작품 소장자 고송석씨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광주에 동국진체 서예박물관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