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문화전당, 국이 끓는지 장이 끓는지
| 2015. 12.11(금) 16:49 |   |
|
광주시민들은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되면 고용효과 67,000명, 생산유발효과 4조1,567억 원이 될 거라는 문광부의 말에 크게 고무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런 예측에는 ‘성공적’이란 단서가 붙어 있었다.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 9월 3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아시아문화전당이 문을 열었고 11월 25일 역사적인 개관식이 거행되었다. 콘텐츠는 차치하고라도 건물이라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다, 뭔가 시내가 외지인들로 북적거리고 더러는 외국인들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너무 조용하다. 늦가을이고 날씨가 을씨년스러운 탓일까? 문화는 밤에 꽃을 피운다는데 광주의 밤은 ‘적막강산’이다. 막 태어난 아이에게 크게 울어 자치라고 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조선시대의 은사(隱士) 김창업(1658~1721)의 시조 가운데 ‘의원이 병 고치면 북망산이 저러하랴’란 멋진 시가 있다. 문득 이 시를 인용하는 것은 문화전당 사업이 진행되면서 무수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했지만 ‘이 모양 이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외국의 성공한 모델을 들고 나와 방향을 제시했는데 딱 맞아 떨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 그것은 지역적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의 결과다.
전당 측은 무슨 말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부분 개관 이후 예술극장(33개)과 어린이극장(10개국 45개 프로그램)에서 많은 공연이 있었고 중복 계수이긴 하지만 60여만 명이나 왔다 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60만 명이라는 숫자는 한사람이 5개원을 들렀다면 12만 명으로 줄어들고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들이 들랑날랑했다면 여기서도 한참을 덜어야 한다.
깜짝 놀랄 이야기 하나가 있다. 부분 개관 공연작품 가운데 하나인 ‘해변의 아인슈타인’의 3회 공연 개런티가 무려 20억이나 되었다는 것이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작품’이라는 수사가 붙어 있다고는 하지만 4시간 30분 동안의 공연을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영감이나 카타르시스를 주었을까? ‘해변이 아인슈타인’을 봤다는 자긍심의 대가치고는 너무 비싸다.
문화정보원의 역작 ‘신화와 근대, 비켜서다’주제전은 또 얼마나 성공을 거뒀는지 묻는다. 적어도 광주시민이 먼저 감탄해야 타 지역이나 다른 나라에서 올 터인데 광주시민들은 ‘글쎄’라는 반응이다.
며칠 전 시민단체가 개최한 ‘문화전당 활성화와 광주의 미래’라는 제하의 토론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여러 질책과 반성이 있었지만 이는 예고된 사고(?)였다. 사실 문화전당은 종합계획이 수립되기 전에 국제공모를 해놓고 거기에 맞춰 공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수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 스며들 여지가 없었다. 어떤 이동약자는 민간업자가 만드는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보다 못하다고 일갈(一喝)했다. 방음이 제대로 안 돼 도청광장에서 행사를 하면 문화전당을 스톱해야 할 처지라는 지적도 있었다.
또 그동안 문화전당이 개관되면 이런저런 작품들을 내놓겠다고 했던 지역 예술인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광주시립무용단만 하더라도 테스크포스팀까지 가동해 만든 작품을 어떻게 했는가? ‘국립’이라는, ‘아시아’라는 말 속에 갇혀버린 ‘광주’는 어찌할 것인가?
2003년 1월 27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에게 아시아문화전당을 세계적 문화발전소로 만들어달라고 건의했던 필자로서는 사실 누구보다 전당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다. 그러나 발전소는커녕 전력을 받아야하는 지경이고 발전소가 아니라면 터미널기능이라고 해달라고 했지만 ‘이곳은 창·제작소’라는 말로 비끼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창·제작소가 왜 도심 한가운데 있어야 하는지 답해 달라.
광주시민들은 지금 아시아문화전당에서 ‘국이 끓는지, 장이 끓는지’알 수 없으니 ‘그것이 답답하다’
지형원<문화통 발행인>
지형원 mhtong@hanmail.net
문의 메일 : webmaster@mton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