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아트페어도, 페스티벌도 아니었다.

2015. 09.07(월) 15:15

‘2015 아트광주’가 6일 막을 내렸다, 올해로 여섯째 치러진 국제아트페어였다. 지난 6년 동안 아트광주를 지켜본 기자의 시각에서 말한다면 이번 행사는 아트페어도 아니고 아트페스티벌도 아니었다. 이질적인 요소를 섞어놓음으로써 서로가 특색을 살리지 못했다. 서 너 나라 열두 세 개 화랑이 참여한 행사에 국제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억지다. 어떤 작가의 그림은 서 너개 부스에 걸려 있어 마치 ‘떨이’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한 가지 큰 소득이 있다면 아트페스티벌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차라리 국제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지역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해 연명시키는 아트페어보다 미술인들이 축제를 열어 시민들과 기쁨을 공유하는 자리로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광주·전남지역 미술인들, 출향 미술인들까지를 포함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부스를 제공하고, 개인 참여가 어렵다면 그룹전을 함께 열어 그야말로 미술인들의 축제로 개편했으면 하는 것이다. 이 기간에 만나지 못했던 화가들이나 친구, 가족도 만나보고 할인행사도 벌인다면 1년에 한 번 씩 시민들과 친지들에게 빚(?)을 갚는 기회도 될 것이다.

이번 행사를 아트페어도 아스페스티벌도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은 상업화랑 중심의아트페어가 아니라 개인부스가 주가 된 행사였기 때문이다. 상업화랑도 아닌 단순전시장까지를 포함해 80곳이 참여한 데 반해 개인부스는 120여 개나 된다. 그렇다면 이 차제에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의문을 갖는 것은 참여갤러리들에게 수수료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엄연히 부스 대여료를 받았으면서 광주시립미술관이나 미술은행, 주최 측이 판매를 주선해준 작품에 대해 15%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화랑들의 불만이 크다. 부스를 판매하지 말든지, 팔았으면 수수료를 받지 않아야 하는데 ‘2중과세’ 를 하려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막말하는 화랑도 있었다.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2중과세’는 ‘갑’의 횡포처럼 느껴진다 .

참고로 광주아트페어에는 해마다 4억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광주시립미술관이 작품구입비로 2억원을 쓰기 때문에 매년 6억원의 시민혈세가 쓰여 진다. 그런 점에서 미술이 아닌 다른 장르 예술인들의 불만을 사기도 한다. 비엔날레도 미술행사이고 아트페어도 미술행사로 광주예술은 미술뿐이 없는가라는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국제아트페어란 세계 유수의 화랑들이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이는 국제행사다. 미술계를 리드하는 유수의 화랑과 그 화랑들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예술계의 올림픽’이다. 프랑스의 피악(FIAC), 미국의 시카고 아트페어(Art Chicago),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는 세계 3대 페어로 불리고 바젤은 지난 2012년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홍콩아트페어의 지분 60%을 사들여 세계 최고의 그림시장을 만들어놓았다. 차이나머니를 겨냥해 만든 전략이 맞아 떨어졌고 지난 3월에 열린 홍콩아트바젤에는 무려 39개국에서 245개 화랑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도 6개 화랑이 참여했는데 이번 광주아트페어에는 오지 않았다. 작품거래 액수가 무려 5,500억이었다. 아트페어의 꽃인 ‘옥션’에서도 중국 최고의 인기작가 창위의 ‘투 스탠딩 누드’가 무려 65억에 팔려나가 세계적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 전시에는 일본의 빅3로 빌리는 쿠사마 야요이, 나라 요시토모, 무라카마 다카시 등의 작품이 내걸렸다. 중국 근대회화의 4대 천황으로 불리는 자오우이, 주더췬, 우관중, 창위 등이 참여했다. 자오우이는 크리스티 경매 상위 10위권 가운데 4점이 그의 작품이 올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검은 피카소로 불리는 장-미셀 바스키아 작품도 인기를 끌었다.

이제 광주 시민들도 세계 미술계의 거장도 만나고 싶고, 서울이나 부산, 대구의 인기 작품도 보고 싶은 것이다. 지난 주 예술의 거리에서 보았던 그 작가의 작품, 동네 골목 갤러리에서 오래전에 보았던 그림을 보기 위해 아트페어에 가는 것은 아니다

사실, 6년 전 광주아트페어 창설을 추진할 때 많은 우려가 있었다. 우선 광주의 경제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었고 실험미술의 전시회인 비엔날레 개최도시의 성격과도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 행사가 그대로 추진된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랑과 세계미술계의 중심에 서 있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설명이 있어서다. 적어도 1,2회 때는 세계 유수의 화랑들이 참여해 어느 정도의 갈증을 씻어주었다.

방법은 있다. 하나는 광주아트페어 설립 취지에 따라 상업화랑이 중심이 된 그림시장을 만드는 것이고, 또 하나는 광주아트페어가 아니라 미술인들 스스로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번처럼 어정쩡하게 행사를 계속하다가는 둘 다 잘 못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형원<문화통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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