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광주시향 상임지휘자 이현세 취임음악회를 보고

2014. 02.20(목) 21:50

이용일 광주시향 명예지휘자

광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이현세의 취임음악회가 지난 2월 14일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있었다.
연주된 악곡은 베버의 「오베론 서곡」,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47」,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작품 36」으로 취임무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곡 선정이었다.

이 날 광주시향의 음악적인 흐름과 조화는 기대 이상이었으나 음악 자체는 약간 매끄럽지 못해 지휘자 이현세가 취임 초기 광주시향의 연주능력을 보여주고, 앞으로 보다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도로 선곡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베론 서곡」은 환상적으로 처리하며 여유있는 자세로 연주하였으며,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 권혁주는 2악장의 솔로 첫 부분에서 좀 더 감정에 몰입했으면 했으나 최고의 기량으로 멋진 연주를 보여주었다. 아쉬움은 오케스트라가 바이올린의 솔로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조심성이 보일 정도로 배려하였는데, 평자는 구름 속에 숨어있다 나온 태양과 같은 느낌의 흐름이 더욱 바이올린의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시향의 이번 무대는 이전 무대보다 확실히 사운드가 바뀌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변한 것은 저음이 목소리를 확실히 낮추었다는 사실과 가장 초보적인 얘기지만 3화음의 표현을 충실히 표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동안 광주시향에 어울리는 지휘자를 찾지 못하고 흥행을 목적으로 하는 지휘자 다음에는 고전을 충실히 하는 젊은 외국인 지휘자, 그러다가 상임지휘자 없이 오케스트라를 객원지휘자 체제로 운영하다 보니 광주시향만의 특성이 없어지고 평범한 연주를 하는 뒤쳐진 처지가 되었다고 본다.

교향악단은 최고의 경지에 이르더라도 음악의 다양한 표현방법을 재인식하고 또 새로움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더욱 발전하는 것이다. 음악적인 경험이 일천한 젊은 지휘자와 객원 지휘자가 연주하기 편하고 대중에게 어필될 수 있는 대편성 관현악곡을 리듬과 음정만 맞게 하는 연주를 한다면 그 오케스트라는 당연히 퇴보하고 만다.

광주시에서는 광주시향을 이 정도로 만들어 놓고도 잘못을 느끼지도 못하고 있는 것 같고, 광주광역시청 간부들도 교향악단의 운영에 관심조차 없는 것 같다. 최소한 상임지휘자 취임연주회에는 시장이나 부시장, 문화정책실장이나 문화재단 관계자들이 만사를 제쳐놓고서라도 참석해야 하며 그 자리에 광주시의 유지들을 초청하여 함께 감상하고, 축하 리셉션을 함께 하며 담소하는 멋진 그림을 그렸어야 했다.

물론 지금까지 다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된 것은 문화재단이 설립되면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았고, 선거가 임박해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몇 번인가 광주시향의 연주회에 갔을 때마다 음악애호가들끼리의 모임으로 끝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서울시향의 경우 탄탄한 사무국이 있어 연주회를 뒷받침하고, 외부의 일들을 적극적으로 처리하고 있어 교향악단은 음악에만 열중하고 있기에 성공적인 연주를 펼치고 있다고 본다. 세계적인 지휘자라고 하는 정명훈을 광주시향 지휘자로 영입하였더라도 운영자들의 운영계획이 현재와 같은 지원이라면 좋은 연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지휘자의 꼼꼼한 지도에 단원들이 힘들지 않게 연습했다는 말을 듣고 앞으로의 광주시향에 기대를 갖게 했다. 그리고 어려운 광주시의 재정에 이 정도라도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을 음악계에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음악계의 원로들도 연주회에 나와 격려를 해 주는 풍토 조성이 광주음악계의 약진을 위한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이용일 < 광주시향 명예지휘자. 전 전남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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