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인호 '별들의 고향'으로 가다

침샘암으로 투병… 향년 68세

2013. 09.26(목) 07:18

고 최인호 작가

소설가 최인호 씨가 25일 오후 7시2분 서울 성모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68세.

고인은 서울고등학교 2학년 때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벽구멍으로' 가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입선, 문단에 등단한 뒤 소설 '별들의 고향'과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겨울나그네' 등을 잇달아 펴냈다, 그는 19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본격화하기 시작한 인간 소외와 팽배하는 물신주의를 세련되고 날카로운 필치로 그려낸 그의 초기소설들은 70년대 한국문학에 화려하게 꽃 피운 모더니즘 소설의 전형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외부와 단절된 룸펜 지식인이 겪는 해체된 인간관계로 인한 심리적 파문을 움직이는 사물들이라는 환상을 통해 그려낸 '타인의 방'(1971)이 대표적이다. '술꾼'(1970) '모범동화'(1970) '병정놀이'(1973) '죽은 사람'(1974) '가면무도회'(1977) '돌의 초상'(1978) '깊고 푸른 밤'(1982) 등의 초기 단편소설들은 이 같은 작가의 문제의식에 기반한 작품들로, 한국문학사는 이 작품들을 근거로 최인호를 대표적인 70년대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신문연재 장편소설들로 뜨거운 대중의 환호를 받은 스타작가이기도 하다. <별들의 고향>(1973) <바보들의 행진>(1973) <고래사냥>(1982) <겨울 나그네>(1983)가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이 가운데 많은 작품이 영화와 TV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모았다.

특히 독재 정권 아래 방황하던 시절 그의 소설은 하길종·이장희·배창호 등 시대를 대표한 젊은 감독들의 손을 거치면서 한 시절을 풍미하는 명작으로 재탄생했다. 때문에 그는 영화계에서 ‘충무로의 젖줄’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1975), 속편 격인 '병태와 영자'(1979. 하길종 감독), 이장호 감독이 연출한 '별들의 고향'(1974), 배창호 감독이 연출한 '고래사냥'(1984) 히트작을 남겼으며 아메리칸 드림의 신기루를 쫒던 한 남자의 욕망과 파멸을 그린 '깊고 푸른 밤'(1985)은 서울에서만 5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그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최인호는 이 영화로 제30회 아태영화제에서 최우수각본상을 받기도 했다
1980년대 가톨릭에 귀의한 고인은 85년 <잃어버린 왕국>을 시작으로 <길 없는 길> <상도> <해신> <유림> 등 역사와 종교를 다룬 장편 대하소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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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고인은 사상계 신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받으며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에서 두루 평가받았다.

고인은 투병을 하면서도 2011년에는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펴내고 묵상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 '하늘에서 내려온 빵'을 비롯해 '최인호의 인연' '천국에서 온 편지' 등을 꾸준히 출간하는 투혼을 보였다.

그는 올해도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산문집 '최인호의 인생'을 펴냈는데 이 산문집에는 암투병 소식이 세상에 알려진 후 착잡했던 마음,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스님에 대한 기억 등이 솔직하게 실렸다.

유족으로는 아내 황정숙 씨와 딸 다혜 씨, 아들 도단 씨가 있다. 장례식장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차려졌다. 장례미사는 28일 오전 9시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집전으로 치러진다. 장지는 분당 메모리얼파크다.

주요 약력은 다음과 같다
▲1945년 10월 17일 서울 출생
▲1963년 단편 '벽구멍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 입선
▲1964년 서울고 졸업
▲1967년 단편 '견습환자'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1972년 단편 '타인의 방'으로 현대문학상 수상
▲1972년 연세대 영문학과 졸업
▲1973년 장편 '별들의 고향' '바보들의 행진' 출간
▲1974년 '세계의 젊은이들' 동향 취재차 구미 22국 순방
▲1975-2009년 월간 '샘터'에 연작소설 '가족' 연재
▲1982년 장편 '깊고 푸른 밤'으로 이상문학상 수상, 장편 '고래사냥' 출간
▲1985년 장편 '잃어버린 왕국' 출간
▲1986년 영화 '깊고 푸른 밤'으로 아시아영화제 각본상과 대종상 각본상 수상
▲1987년 가톨릭에 귀의
▲1998년 가톨릭문학상 수상
▲2000년 장편 '상도' 출간
▲2003년 장편 '해신' 출간
▲2006년 장편 '유림' 출간
▲2008년 침샘암 발병
▲2011년 장편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출간
▲2013년 등단 50주년 기념 산문집 '최인호의 인생' 출간
▲2013년 9월 25일 별세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