亡者 두고 굿판벌이는 까닭은

전라도문화수수께끼 7) 진도다시래기

2013. 06.20(목) 14:59

상가에서 굿판을 벌리고 장구치고 노래를 하다니…. 상가에서는 특별히 엄숙하고 조용한 가운데 애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밤새워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러는 무당을 불러 굿을 하고 노래와 춤을 추고 윷놀이를 하기도 한다.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지는 않지만 오래도록 술판과 화투판을 벌이는 모습은 지금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현대사회에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닌 오랜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의 축제식 상장례 풍속은 유교가 들어오기 이전부터 지속돼 온 민족적 양식으로 알려진다. 『수서(隋書)』 동이전 고려(고구려)전에 의하면, “처음과 끝에는 슬퍼하며 울지만, 장례를 하면 곧 북을 치고 춤추며 음악을 연주하며 죽은 이를 보낸다 初終哭泣 葬卽鼓舞作樂以 送之.”라고 적고 있다. 진도에서 풍물을 치며 춤과 노래로써 운상하는 현재의 모습과 흡사하다. 진도에서는 십수년 저쪽까지도 전통 상제(喪祭)가 치러졌다. 춘향가 몇 대목을 잘라놓은 듯한 이 사설(辭說) 때문에 상가는 눈물 아닌 웃음바다가 되고 ‘잔칫집 분위기’로 반전되기 일쑤였다. 이러한 상제는 지난 1985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 81호 ‘다시래기’라는 이름의 민속놀이로 정형화되었다.
다시래기라는 말의 어원은, ‘다시나기(다시 낳다)’, ‘다시락(多侍樂;여러 사람이 모여서 같이 즐긴다)’에서 나왔다고 설명된다. 또한 다시래기의 다른 이름으로 ‘대시(待時)레기’라는 말이 있는데, ‘망자의 영혼이 집에 머물다가 떠나는 시간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노는 놀이다.’라고 풀이된다.
다시래기는 가상제놀이-거사 사당놀이-상여놀이-가래소리-여흥으로 구성된다. 이 굿판에서는 ‘간나구(淫婦)’니 ‘겹병신’이니 하는 욕지거리가 무시로 등장, 소외나 억압으로 인한 불만의 분출구 역할을 해내고 있다. 또 거사와 사당, 중이 밀고 당기는 삼각관계를 극형태로 엮는 과정에서는 권선징악을 상징, 간접적인 도덕규범을 보여주기도 한다.
문화재 연구가들은 “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이런 춤판이야말로 연극의 기원이며, 망자에 대한 ‘불경(不敬)’이 아니라 상부상조를 향한 인간지정이다.”고 말한다. 또 매일 몇 차례씩 다시래기 굿판이 벌어진 다음 출상 전날 망자의 진혼을 위해 씻김굿을 벌이는데 이 또한 망자의 한을 씻는 의식이다.
‘다시래기’는 여느 지방 상가놀이와 달리 단골(世襲) 무계인 전문 예능인들에 의한 남자들만의 놀이라는데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목포대학교 이경엽교수는 “다시래기는 상주를 위로하고 달랜다는 표층적인 기능만이 아니라 죽음의 결손을 생명 탄생으로 극복해간다는 문화적 수용태도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