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김치 감칠맛의 비결은?

전라도문화수수께끼 (5)

2013. 06.20(목) 13:44

본격적인 김장철이다. 많은 것이 변하고 있지만 12월이면 아직도 많은 가정에서 김장을 한다. 물론 옛날에 비해 김장을 하는 가정이 많이 줄었지만 김장을 해버려야 주부들이 다리를 뻗고 잘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큰일이고 중요한 일이라는 뜻이기도 한다.
왜 한국인들은 김치를 먹지 않으면 밥 먹은 것 같지 않다고 할까. 우리나라에서는 물경 180여 가지의 김치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 많은 김치 가운데서도 전라도 김치가 첫손에 꼽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음식을 연구하는 이성희교수(조선이공대)는 그 해답이 젓갈에 있다고 말한다. 젓갈 가운데서도 멸치젓갈을 제일로 친다. 기온이 따뜻한 지방일수록 김치가 빨리 익기 때문에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젓갈을 넣었다.
또 어떤 학자는 전라도 김치를 담글 때 쓰는 찹쌀풀 등이 발효을 촉진시켜 감미롭고 깊은 맛을 낸다고 설명한다. 같은 젓갈이라도 추자도 근해에서 잡히는 젓갈원료가 깊은 맛을 내기 때문에 전라도 김치가 맛이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경상도나 중부, 그 이북지역의 경우는 비린내나는 젓을 넣지 않거나 약간의 새우젓을 넣는게 고작이다. 전라도에서는 멸치젓을 넣어 깊은 맛을 내는데 그것이 감칠맛이고 ‘게미’다.
젓갈김치는 영양학적으로도 선인들의 지혜가 빛난다. 배추 등 채소에는 식물성 섬유가 많아 변비
를 없애고 '콜레스테롤 축적과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멸치젓갈은 단백질 소스를 제공해주면서 김치 발효균의 생육을 도와주고 또 칼슘·나트륨등 무기질을 공급하는 등 인체의 균형발전에 중요한 인자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처럼 맛과 영양에서도 으뜸인 젓갈김치는 언제부터 담갔을까. 중보산림경제·규합총서·임원십육지 등에 기록이 있는 걸로 보아 이 책들이 발간된 19세기 무렵에는 이미 젓갈김치가 유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김치는 임란 이후 고추가 유입되고 결구배추 등이 재배되면서 부터다. 그 후 젓갈을 비롯 파·마늘·생강 등 양념이 들어가면서 완성되었다. 학자들은 2천여 년 동안 우리의 식단을 장식해 온 김치史에 있어서 획기적인 일이기도 하다.
장구한 역사를 관통하며 고급 염장발효식품으로 널리 알려진 전라도 김치가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냉장고용 옹기도 개발되었다고 하니 농·공·상 융합을 통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때다. <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