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작가 강운의 ‘바람, 놀다’전

9일부터 31일까지 갤러리 리채

2013. 05.08(수) 09:29

바람, 놀다 91×72.7cm, 캔버스위에 한지와 색연필

구름작가 강운의 ‘바람, 놀다’전이 9일부터 31일까지 갤러리 리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한지위의 바람 뿐 아니라 젤라틴 실버프린트(흑백인화)와 인터랙티브 영상설치 작업 등 다양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그는 하늘과 구름을 그린다. 표현 방법은 조금씩 바뀌어간다. 도예가이자 천연염색가로 활동하고 있는 부인이 쪽 등 천연염료로 염색한 천을 마련해주면 그는 무심히 한지를 잘라 마음이 가는 대로 캔버스에 작은 한지 조각을 붙인다. 그러기를 반복하면 어느새 100호가 넘는 캔버스에는 그가 심상에 가둬두었던 화산만과 화순 동복의 푸른 하늘과 구름이 되살아난다. 그는 화폭 한 귀퉁이에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까지 그려놓아 순간의 시간까지 붙잡아놓았다.

최근의 작업은 빛과 소리를 부분적으로 투과시키는 한지의 특성을 통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태어나게 한다. 특히 캔버스 위에 한지의 겹침에서 우러나오는 백색은 또 하나의 무한공간이자 여백이다. 그 여백 위에 틈틈이 채집한 작고 아름다운 야생화를 공중에 떨어뜨리거나 비워낸다. 이들은 이런 관계 작용에 의해 시적이면서도 명상적인 열린 공간을 사진으로 담고 색연필로 그린다.

강운의 작품세계는 리얼리즘 회화의 재현적 단계를 초월하여 독특한 조형적 해석으로 자연에 접근하고 있다. 90년대 이후 어둠으로 출발하였던 그의 작업은 ‘순수형태-내재율' '구름시리즈’로 이어지면서 비현실적 공간을 통해 탐미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음이 역력하다.

화면 가득 차지하는 하늘과 구름은 흘러가는 우리네 인생 이야기다. 구름과 구름 사이의 하늘, 흘러가는 구름 등은 천지창조를 연상시키는 미묘한 기상의 변화로 드라마틱한 감흥을 전해주고 있다. 부분적으로 서구적 묘사 방식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동양인만이 공감할 수 있는 명상적 공간이 그 속에 존재하고 있다.

그가 오랫동안 담아내고 있는 테마는 하늘과 구름, 대지, 나무 등 자연의 이야기다. 강운은 지극히 자연주의적인 감성의 소유자로서 소박한 주변의 시골풍경으로부터 소재를 택하여 구름, 바닷가 모래결, 풀꽃, 샘터 등을 조형화하고 있다. 자연현상, 자연적 에너지가 함의하는 원형적 순수성을 형상화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젖은 한지위에 나무결을 찍어내거나 일획의 퍼짐을 형상화하는 담채작업을 하면서 물감의 스며듦과 번짐 효과를 즐기기도 한다. 조각보처럼 이어 붙인 한지 병풍 위에 말린 넝쿨줄기, 야생화, 새순, 나뭇잎들을 부착시킨 일종의 콜라주병풍이라는 독특한 양식을 구사하기도 한다.

괴석과 고목으로 만든 전통정원의 구조 원리를 표방한 사각의 구조물도 우주적 순수형태로의 조응이라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에 사진과 비디오 같은 첨단 영상매체를 도입하여 사진과 비디오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미학적 본질을 파헤치기도 한다.

강운은 회화, 설치, 미디어에 이르는 다양한 기법의 작업으로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하여 부산청년비엔날레, 일본 모리미술관의 ‘침묵의 우아함’ 등의 전시회를 통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전시개막 9일 오후 6시 30분
문의 070-7805-4487



편세라 기자 psr@mtong.kr        편세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